용돈 벌고 건강 챙기고" 98세 어르신도 걷는다 괴산군의 '걷기 열풍'
충북 괴산 '걷다보니 통장부자' 앱

“아이구, 회장님, 서둘러요. 아직 3850보밖에 못 걸었단 말이에요. 7000보 채우려면 얼른 한 게임 더 돌아야 해요.”
지난 1일 오후 충북 괴산군 괴산읍의 한 그라운드 골프장. 골프채를 휘두르던 김윤자(80)씨가 스마트폰 앱을 켜더니 울상을 지었다. “나는 벌써 1만 보 넘었어. 오늘도 오백 원 벌었구먼!” 옆에 있던 임원숙(72)씨가 껄껄 웃었다. 송권홍(78) 괴산군 그라운드 골프협회장은 “아니 골프를 치러 온 건지 걸으려고 온 건지 모르겠네”라고 했다.
괴산 주민들이 골프 치는 내내 들여다본 건 ‘걷다보니 통장부자’ 앱이다. 괴산군이 지난 2월 시작한
건강 프로젝트다. 하루 7000보를 걸으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500포인트를 준다.
포인트는 지역사랑상품권 카드에 쌓인다. 서울시의 ‘손목닥터9988’과 비슷한 정책이다.
손목닥터는 하루 8000보를 걸으면 200포인트를 준다.
‘걷다보니 통장부자’에 참여한 주민은 두 달 새 5392명으로 늘어났다. 전체 주민의 15%다. 괴산군 관계자는 “당초 한 달에 4000명 정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해 예산 2억7600만원을 마련했는데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인구 3만7000명. 해마다 인구가 줄어 ‘지역 소멸’ 위기에 놓인 괴산의 풍경도 바뀌고 있다.
걷기 바람은 마을 전체로 번지고 있었다. 괴산읍 동진천 산책로에는 빗방울이 날리는데도 우산을 쓴 주민이 끊이지 않았다. 코스 중간중간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웃었다. 주민들은 “500원 버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밤에도 주민 300여 명이 나와 산책로를 메웠다.

괴산군은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42.6%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반면에 출생아 수는 지난해 78명으로 100명도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 의료비 예산은 2024년 64억원에서 2025년 99억원으로 35억원(55%) 증가했다. 괴산군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5~10년 뒤 군 재정이 파탄 날 수밖에 없다”며 “절박한 심정에 ‘걷다보니 통장부자’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괴산군 보건소는 앱을 깔려는 주민들로 북적였다. 송순영 건강증진팀장은 “요즘도 매일 30~40명이 찾아와 상담을 받는다”고 했다. 최고령 가입자는 98세 채모씨다. 그는 지난달 31일 중 19일을 7000보 이상 걸으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보건소를 찾은 홍상순(80)씨는 “하루 2000보도 못 채울 것 같았는데 지난달 7000보씩 걸은 날이 17일이나 된다”며 “
요즘엔 다리에 힘이 붙어 지팡이도 안 짚고 다닌다”고 했다. 지난 2월 “난 못 한다”며 손사래를 치던 그였다.
주민들은 걸어서 쌓은 포인트를 주로 읍내 전통시장에서 쓴다고 했다. 이정우 괴산시장 상인회장은 “주섬주섬 쌈짓돈을 꺼내던 노인들이 요즘은 포인트 카드를 척척 내민다”며 “일부러 시장까지 걸어오는 노인도 많다”고 했다.
참가자 중에는 20~40대 청년도 있다. 4명 중 1명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러닝 크루(달리기 동호회)’도 생겼다. 회원은 21명. 서울과 달리 20~40대가 15명, 60대 이상이 6명이다. 주로 괴산 종합운동장에서 뛴다.
백태콩을 키우는 회장 정승환(39)씨는 “한 달 열심히 뛰어 쌓은 1만원은 농약 살 때 보탠다”고 했다.
송인헌 괴산군수는 ‘걷다보니 통장부자’ 사업을 두고 “지속 가능한 복지 실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송 군수는 “‘걷다보니 통장부자’는 선심성으로 현금을 쥐여주는 것과 달리 스스로 건강을 챙기게끔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주민이 건강해지면 의료비 등 사회적 비용이 절감되고 지역 상권에도 더 많은 돈이 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건강상식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전립선 예방법 (0) | 2026.04.11 |
|---|---|
| 전립선 질환 예방,건전한 성생활,바른 생활습관, 중요 (1) | 2026.04.11 |
| 걸음마다 치유남긴 제주 올레 길잡이 故 서명숙님 (0) | 2026.04.10 |
| 청력 저하 방치는 치매로 이어지는 소리없는 도미노 (0) | 2026.04.09 |
| 척추 질환 아픈 곳 정확히 치료해야 (0) | 2026.04.0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