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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 항명? 경찰이여 응답하라.

한문역사 2025. 11. 6. 12:34

기자의 시각] 여순 항명? 경찰이여 응답하라

입력 2025.11.05.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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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뉴스1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지난달 3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순 사건은 반란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방경비대(국군 전신) 14연대의 무장 반란에 대해 “부당한 명령에 맞선 행위”라며 정당한 항명(抗命)으로 평가한 지 11일 만이다. 경찰의 흔한 ‘정권 코드 맞추기’로 생각했다. 그런데 유 대행이 “(반란이 아니라고) 분명히 바로잡겠다”고 하는 대목에선 귀를 의심했다. 정권 입맛에 맞춰 경찰수장이 역사를 뜯어고치겠다는 것인가.

“이 판에 경찰서장이 살아 무엇 하겠소.” 1948년 10월 20일 여순 사건 당시 여수경찰서장 고인수 총경은 경찰서를 사수하다가 14연대 내 남로당 세력에게 총살당했다. 반란군이 경찰을 사살하고 경찰서에 침입하자 뒷문으로 빠져나가던 그는 불타는 경찰서를 보고는 경찰서로 복귀했다. 그는 유치장에서 “대한민국 만세”를 삼창한 뒤 처형당했다.

 

남로당 반란군은 인근 순천경찰서도 공격했다. 순천 시내로 진출해 경찰서를 공격하며 ‘인민공화국 수립 만세’를 외쳤다. 남로당 세력은 양계원 순천서장을 시내로 끌고 다니면서 “나는 순천군민의 고혈을 빨아먹은 서장이오”를 외치게 했다. 거부할 때마다 죽창으로 찔렀다고 한다. 이들은 순천경찰서에 인민군 사령부를 설치했다. 유치장에 있던 범죄자들을 석방해 인민군으로 편성했다. 이 사건으로 경찰이 최소 72명 희생됐다. 이게 반란이 아니라면 무엇이 반란인가.

좌파 성향 시민 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은 전북경찰청 홍보관에 적힌 ‘여순 반란’ 표현을 문제 삼아 왔다. 이후 경찰은 ‘반란’이라는 문구를 뺐지만 “좌익 세력의 반란과 소요에 대한 현장 진압에 나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는 설명은 그대로 뒀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감에서 이를 문제 삼자 유 대행이 맞장구를 친 것이다. 경찰 수십 명이 잔혹하게 살해당한 사건을 옹호하는 경찰 수장의 발언에 경찰 내부에서 비명이 터져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쥐 죽은 듯 고요했다. 경주 APEC 행사에서 ‘차가운 도시락이 나온다’며 지도부를 규탄한 전국경찰직장인협의회도 성명 하나 내지 않았다. 한 경찰관은 “권력기관 개편 국면에서 정권에 맞서는 발언을 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여수경찰서는 순국 경찰 유족과 함께 경찰서 내에서 소속 경찰관 72명에 대한 위령제를 열어왔다. 그런데 좌파 성향 시민 단체들이 “민간인들도 피해를 봤는데 경찰서에서 (경찰만을 기리는) 별도 위령제를 여는 건 안 된다”고 했다. 이들의 압박에 2020년부터 경찰 위령제조차 열리지 않는다.

 

권력의 입맛에 맞춰 반란을 항명으로 뒤집는 경찰은 누구를 위한 조직인가. 식은 도시락에는 분노하면서 경찰의 정신과 명예, 역사가 훼손되는 현실에는 왜 침묵하는가. 13만 경찰이여 응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