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적시는 빗소리
혜암(慧庵)
손정민
아파트 화단에는 빨간 석류가 화들짝 벌어져 있고
들국화 향기로 곱게 피어나기 시작하는데
촉촉하게 내리는 비가 가을을 적시고 있네요
그러나,
가을을 울리는 빗소리는 자작자작 자박자박
내 맘속 그녀의 발걸음소리
그녀 생각으로 핑크색 그리움을 부르는 소리
화려함보다는 은근한 매력으로 아름다운 여자
고고한 모습에서 피어나는
매혹적인 그녀의 살결 내음이
어쩌다, 꿈속에서 포근한 숨결로 느껴지면
나는 늘 스물아홉 마음 그대로지만
어여쁜 내 안의 그녀는 언제나 열여덟 꽃띠이지요
가슴으로 보고 있어도 늘 생각이 나고
그리워지는 마음이 생길 수는 있다 해도
이제는
어차피,
만나도 안되고 만날 수 없는 그리움이기에
석류가 빨갛게 벌어져 있고
가을은 소롯이 익어가고 있는데
들국화 향기로 피어나는 월성동에는
애틋한 그리움의 눈물처럼
가을을 울리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