暮中丹楓
暮中 丹楓
秋天楓葉滿華奢 (추천풍엽만화사)
騷客紅於二月花 (소객홍어이월화)
同賞戀人孤一別 (동상연인고일별)
雁飛霞處日將斜 (안비하처일장사)
가을 하늘 단풍잎 화사함이 가득한데,
옛 시인 봄꽃 보다 붉다고 하였었지!
함께 보던 그리운 님 외로이 떠나가고,
기러기 나는 노을 속 해 마저 비꼈네!
楓葉 단풍, 단풍나무 잎.
華奢 화려하고 사치스러움. 밝고 환함..
騷人 시인이나 문사를 이르는 말.
同賞 함께 즐기다, 감상하다.
戀人 그리워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一別 한 번 떠나가다.
霞雲 노을 지는 곳, 노을 속. 日將斜 해가 지려고 함.
가을은 풍요의 계절이며, 사색의 계절이고,
뭔가 모를 그리움의 계절입니다.
가을이 깊어가니 단풍이 절정이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감회도, 감정도 다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은 더욱 서러운 계절입니다.
파주시 임진강가 절벽에 있는 화석정에는
李珥 栗谷 선생이 8세에 지었다는 ‘花石亭’ 시비가 있습니다.
林亭秋已晩(임정추이만) 숲 속의 정자에 가을이 이미 깊어,
騷客意無窮(소객의무궁) 시인의 생각은 끝없이 이어지네!
遠水連天碧(원수연천벽) 먼 곳의 물줄기는 하늘 닿아 푸르고,
霜楓向日紅(상풍향일홍) 서리 맞은 단풍은 해를 향해 붉구나!
山吐孤輪月(산토고륜월) 산은 외로운 보름달을 토해 놓고
江含萬里風(강함만리풍) 강은 만 리의 바람을 머금었네!
塞鴻何處去(새홍하처거) 변방의 기러기는 어디로 가는가?
聲斷暮雲中(성단모운중) 저물녘 구름속으로 소리가 끊어지네!
멋진 가을 풍광을 노래하던 시인은 가버리고,
함께보던 그리운 이도 서둘러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