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 인용문 2집

계절에 띄우는 편지

한문역사 2024. 2. 19. 21:48

서리가 하얗게 내리고

아침 안개가 천천히 걷히는 늦가을

양지쪽 마루에 앉아 신문을 펼쳐본다.

 

잎이 다 떨어진 감나무에는 

몇 개 남은 까치밥 홍시가 선명하게 붉고 

끝없이 파랗게 게인 하늘 

계절이 한 껏 깊었구나. 

 

 바람에 날려 온 단풍잎 하나가

내 곁에 얌전하게 앉아있고  

앞발로 얼굴을 매 만지던 고양이는 

따스한 햇살에 금방 졸고 있네.

 

생업이 필수인 우리들이지만 

좀 귀찮고 사소한 일도

살아가는 재미로

받아들이고  싶을 때가 있어.

 

수돗가에는 살얼음이 얼고

이제 겨울옷 차림으로

바람 부는 들길을 걸으면 

야생오리들이 시내물가에

웅크리고 있다가 

침입자의 거동을 몰래 살피네.

 

올해는 단풍나들이도 잊고

추수가 끝나면 일가친척들이 

선산(先山)에 모여 

정성들여 묘사(墓祀)를 

지내는 행사도 그냥 보냈네. 

 

적지  않게  떨어지던 

도토리나무 열매가

모두 다람쥐의 몫이 되어 

살이 포동포동 올라서

추운 겨울을 

건강하게 보내기를 기대하여 보네.

2024.2.19.밤 9시 48분경. 다정한 쉼터 책에서 

보훈가족 신 성길 님의 글 옮겨쓰다 본훈 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