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한엔 이란처럼 못 하는 이유 ,북 핵탄두 50개 때문(25-6-23)
美, 北엔 이란처럼 못하는 이유… 김정은 손에 이미 핵탄두 50개
[트럼프, 이란 공격]
군사적 제거 시기 사실상 놓쳐

미국 정부가 21일(현지 시각) 이란의 핵 시설 3곳을 공습했지만 북핵(北核)에 대해선 협상 등 외교 수단을 통해 해결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이란과 달리 북한은 6차례 핵실험을 거쳐 20기에서 최대 50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군사적으로 완벽히 제거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 비핵화 원칙을 견지해 왔지만 정권에 따라 대북 접근법이 오락가락하면서 북핵 문제가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뒤로 밀렸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왔다.
미국의 이란 공습은 “이란 핵 개발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막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영변·강선 등 북한 내 주요 핵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영변은 5MWe급 원자로를 비롯한 다양한 핵 원료 제조 시설이 집중돼 있다. 평양 인근 산기슭 지하에 설치된 강선 단지에는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 시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이 폭격한 이란 핵 시설 중 포르도 지하 핵 시설과 비슷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 단계에선 미국이 이란처럼 북핵 시설을 선제 타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한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북한은 선제 공격을 받으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나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등 여러 종류의 핵 투발 수단을 통해 즉각적으로 한국이나 일본, 또는 미국령 괌 등에 핵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 본토를 사거리로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핵탄두를 탑재해 발사할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 핵 시설은 평양이나 중국과 가까워 타격 시 방사능 등 핵 물질이 확산돼 대규모 인명 피해 가능성도 있다.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면서 시작된 1차 북핵 위기 당시, 미 클린턴 행정부는 스텔스 폭격기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이용해 북핵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계획을 검토했다. 한국 정부의 반대로 철회했지만 그만큼 미국 조야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의지가 강력했던 셈이다. 이후 한국에선 정권에 따라 대북 정책이 강경책과 유화책을 오갔고 한미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용준 전 북핵 대사는 “1990~2000년대 초만 해도 미국은 민주·공화당 할 것 없이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었다”면서 “하지만 북한이 2006년 1차 핵실험을 하고 2017년 6차 핵실험까지 하면서 사실상 핵무기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단계가 되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은 ‘현상 유지’로 조정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란 정책도 공화당·민주당 행정부에 따라 냉탕(압박)과 온탕(협상)을 오갔지만 중동 주요 국가들이 ‘이란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며 미국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중심을 잡았다는 분석도 있다. 이스라엘의 경우, 미국 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 핵 프로그램 저지를 위해 군사적 수단까지 동원하면서 미국을 끌어들인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성일광 서강대 교수는 “미국의 이란 공습은 이스라엘의 강경 정책에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다”면서 “이스라엘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면 미국도 공습까지 하진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란의 핵 개발을 용인할 경우 중동 내 핵 확산 도미노를 막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됐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하는 것도 북핵 해결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미국의 이란 핵 시설 타격에 대해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강대국은 강하게 반발하지 않고 있다. 반면 중국은 북한 비핵화에 찬성하면서도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해 왔다.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군인과 무기를 지원받으며 준동맹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은 “북한 김정은은 이번 미국의 이란 공습을 예의 주시하며 미국 대응 전략을 짜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은 당장 미국과 협상하기보다는 러시아와 중국과 밀착하며 핵무기와 ICBM 등 핵 투발 수단 고도화에 더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