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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紫色)은 皇帝만 쓸 수 있었다

한문역사 2026. 3. 25. 16:20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624] 보라색은 황제만 쓸 수 있었다

입력 2026.03.23. 23:40업데이트 2026.03.2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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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의 병마용 중 전차병, 기원전 221~206년경, 높이 약 190cm, 테라코타에 옻칠과 채색, 시안, 진시황릉 박물관 소장.

BTS의 귀환과 함께 서울 곳곳이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무지개의 끝에 위치한 보라는 BTS와 공식 팬덤인 아미(ARMY) 사이의 변치 않는 믿음을 상징한다.

고대 문명에서 보라빛을 말하는 자색(紫色)은 오직 황제만이 쓸 수 있는 색이었다. 자연 세계에서는 무지개뿐 아니라 노을, 제비꽃, 자수정 등 도처에서 은은한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보라색을 볼 수 있지만, 이를 물체에 고정할 안료로 만드는 일은 인류사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어려운 과제였다. 고대 지중해 연안에서는 뿔고둥의 분비물을 썼는데, 수만 마리를 잡아도 겨우 옷소매를 물들일 정도의 양이 나왔으니 값이 황금보다 귀했다. 아무나 가질 수 없어서 더욱 욕망을 부추기는 보라는 그렇게 황제의 색이 됐다.

안정적인 보라색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데 최초로 성공한 건 고대 중국인들이었다. 그들은 바륨과 구리, 모래를 섞어 1000°C 이상의 고온에서 일정하게 구워내 오늘날 ‘한자색(漢紫色)’이라 불리는 안료를 만들었다. 엄청난 고난도 기술의 결정체였으니 이 또한 황제만이 쓸 수 있었다. 불멸을 꿈꾸던 진시황의 사후 세계를 지키기 위해 땅속에 도열한 수천 기의 병마용 중 전차병의 소매가 눈부신 보라색이다. 그저 흙빛인 줄 알았던 병마용은 사실은 모두 화려하게 채색되어 있었으나 1970년대 첫 발굴 당시 공기에 노출되자 순식간에 모두 바스러져 버렸다. 1990년대 중반에야 독일과 중국 연구진이 찰나에 사라지는 색을 보존하는 데 성공했고, 덕분에 한자색의 존재가 드러났다.

 

처음부터 보라는 ‘아미’의 색이었던 것. 그러나 오늘날의 보라는 억압적인 권력이 아니라 국경과 언어를 넘어 서로를 알아보고 공감할 수 있게 하는 연대의 언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