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語西話] 모래와 돌로 빚은 정원에 산벚꽃 흩날리면

남도의 암자로 거처를 옮긴 선배한테서 연락이 왔다. 창 넓은 차실에서 바라보는 원경은 일품인데 정작 코 앞의 풍광은 삭막하다는 것이다. 정원이라도 제대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절집에서 정원을 수십년 가꾼 이력을 가진 도반들의 연락처를 건넸다. S절은 이미 지역의 유명 관광지에 이름을 올렸고 M절은 얼마 전 민간 정원으로 지정됐다. ‘정원이 사찰의 미래’라는 확신을 가지고 꾸며 온 덕분에 지금은 먼거리에서도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M절 스님은 일찍이 정원 조경에 뜻을 두고서 일본 교토 사찰을 수십 차례 찾았다. 특히 덴류지(天龍寺) 정원에 압도됐다. 조경계 원조격인 무소 소세키(夢窓疎石·1275~1351) 선사는 ‘정원의 신’이라고 불러야 마땅하겠다. 그 바탕에는 13세기 동아시아 문명 이동의 역사가 있었다. 남송 말기 원나라 침입으로 중국 저장성 지역의 선승(禪僧)들이 대거 일본으로 망명한다. 선종(禪宗)은 원나라 라마불교와 결이 달랐기 때문이다. 덕분에 일본 선불교는 해외 인재들의 대량 유입으로 융성기를 맞았다. 무소 소세키는 그들의 문하에서 수행했다.
선종 문화는 사원 조경에도 영향을 끼쳤다. 큰 나무와 물을 배제했다. 거니는 정원이 아니라 관조하는 공간을 추구했다. 교토 료안지(龍安寺) 석정(石庭)인 방장(方丈) 정원은 모래와 자갈과 돌과 이끼만을 사용해 선(禪)의 정제된 이미지를 구현한 작품이다.
얼마 전 경기도 양평의 메덩골 정원을 방문했다. 특히 석정 구역이 발길을 붙잡는다. 시그니처 바위 한 개를 옮기고자 초대형 트레일러를 동원했다고 한다. 또 안동 병산서원과 만대루를 현대 건축으로 재해석한 선곡(旋谷) 서원 마당에는 모양새가 제각각인 수십 개의 큰 돌을 이리저리 조화롭게 앉혔다. 서당의 학동들이 스승 밑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어렵사리 형상화했다고 한다. 가운데는 듬직한 모범생 바위들이 차지했다. 장난꾸러기 바위들은 스승의 눈이 닿지 않는 물가 혹은 구석자리에 배치했다.
같은 지역에 멋진 카페 정원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서 찾아갔다. 어느 재벌가 별장을 현대 건축가의 솜씨를 빌려 재탄생시킨 곳이라 한다. 옮겨 온 큰 바위 두 개는 본래 있던 이끼를 그대로 살렸고 넓은 마당에는 굵은 모래를 깔았다. 그리고 노출 콘크리트 원형 건물로써 가장자리를 빙 둘렀다. 누구나 창가 자리에 앉아 중정(中庭)을 바라보며 ‘멍 때리기’ 할 수 있도록 배려한 세심한 감각이 돋보였다.
알고 보면 단순한 조경이 가장 어렵다. 오래도록 생각하고 엄청나게 꾸몄음에도 불구하고 꾸미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움이 생명인 까닭이다. 모래와 바위로만 이루어진 정갈한 정원을 만나게 되면 번잡했던 생각을 잠시나마 멈추게 된다. 어느 늦은 봄날, 산중턱에 있는 산벚나무 꽃잎이 흩날리며 하얀 모래마당에 떨어지는 벚꽃 엔딩이라도 만난다면 “유레카!”를 외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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