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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거짓말 탐지기

한문역사 2026. 5. 7. 18:10

만물상] 거짓말 탐지기

입력 2026.05.06. 20:44업데이트 2026.05.06.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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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최대 연쇄살인범으로 불리는 게리 리지웨이는 1984년 용의자로 처음 지목됐지만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무사 통과한 뒤 풀려났다. 하지만 2001년 DNA 분석 기술 덕에 다시 범인으로 체포됐고 이후 49건의 살인을 자백했다. 거짓말 탐지기가 놓친 범인을 발달한 범죄 분석 기술로 붙잡은 것이다. 그는 나중에 거짓말 탐지기 통과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특별히 한 건 없고, 그냥 긴장을 풀었다.”

▶거짓말 탐지기는 1885년 이탈리아 법의학자 롬브로소가 맥박 변화를 읽는 방법으로 고안한 것이 시초다. 192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 경찰이 처음으로 범죄 수사에 활용했다. 일반적으로 거짓말을 하면 교감신경이 강하게 작용해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고 땀이 난다. 이런 변화를 그래프로 만들어 크게 요동치면 거짓말로 판단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리지웨이처럼 침착한 범죄자나 사이코패스들이 통과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아직도 신뢰도 논쟁을 빚고 있다.

 

▶9년간 러시아 스파이로 활동하다 1994년 체포된 CIA 요원 알드리치 아메스도 거짓말 탐지기 실패 사례다. 그는 애초 거짓말 탐지기를 두 번 통과했다고 한다. 그의 해명도 리지웨이와 비슷했다. “조사관이 ‘거짓말 탐지기 작동 중’이라고 하기에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편하게 있으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기술이 발전한 지금은 그때와 다를 수 있다. 2009년부터 3년간 검찰의 거짓말 탐지기 검사에서 ‘거짓’ 판정을 받은 피의자 중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례가 90.5%였다. 무죄를 주장하는 피의자에 대해 거짓말 탐지기가 ‘거짓’이라고 지목한 10명 중 9명꼴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100명 중 10명은 잘못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엄밀한 증거가 요구되는 형사 사법에선 치명적 오류다. 우리 대법원이 거짓말 탐지기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고검이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가 제기한 ‘연어 술 파티 진술 회유’ 의혹에 대해 ‘술 파티가 있었다’고 결론 냈다고 한다. 이화영씨를 제외한 관련자들은 이 의혹을 다 부인했다. 그런데 이화영씨가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진실’ 반응을 보였다며 이런 결론을 내렸다. 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대북 송금 사건이 조작됐다고 한다. 설사 연어와 술을 먹었다고 해도 조작 증거가 될 수 없다. 정상적인 검사라면 거짓말 탐지기로 결론을 내리지도 않을 것이다. 정권이 원하는 결론을 내려준 것이란 의심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