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漢字로 보는 중국] [18] 공산당 아버지의 사회
치켜 뜬 눈동자 모습의 글자가 있다. 한자 초기 꼴인 갑골문에 등장하는 인상적인 자형(字形)이다.
그 글자는 신(臣)이다. 굴종(屈從)과 복종(服從)이 본래 뜻이다.
막대기 등에 찔려 멀어버린 전쟁 포로의 눈도 있다. 피지배 계층의 대명사였던 백성,
즉 민(民)이라는 글자다. 포로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눈을 멀게 한 과정에서 나왔다고 본다.

둘이 짝을 이루는 단어가 ‘신민(臣民)’이다. 임금이나 지배층의 눈치를 살펴 움직이거나,
고개를 조아려야 하는 집단이다. 옛 왕조 시절 신하(臣下) 그룹은 통치 계급에 합류해
권력을 함께 누렸지만 최고 권력자에게는 간과 쓸개를 내주면서 충성해야 했다.
백성들은 그보다 더 몸을 낮춰야만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다.
신하 집단과 백성이 함께 몸을 이루는 곳이 ‘신민(臣民) 사회’다.
군주(君主)가 부여하는 질서에 둘은 무조건 순응해야 하는 체제였다.
달리 ‘자민(子民) 사회’라고도 쓴다.
군주의 권력을 ‘아버지’로 두고 백성을 ‘자식’으로 보는 시선이다.
아래위의 신분 질서가 뚜렷한 분위기라,
구성원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속박하며 파시즘과 독재로 흐를 수 있는 체제다.
그런 ‘신민’과 ‘자민’의 억압적 통제를 벗어나고자 한 인류의 노력은 근대의 바람을 타고
세계 곳곳에서 꾸준히 이어졌다. 국적을 중심으로 구분하는 국민(國民), 노동 군중을 중시하는
사회주의 권역의 인민(人民), 권리와 함께 의무를 지는 공민(公民), 정치의 주체인 시민(市民)
등의 개념과 단어가 그래서 등장했다.
산업 경쟁력과 도시 외형 등에서의 첨단을 꿈꾸지만,
중국 사회는 ‘시민’ ‘공민’을 앞에 달기에는 아직 태부족이다.
공산당이라는 ‘아버지’가 대중을 ‘자식’처럼 통제하니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子民 사회’다.
그러나 요즘에는 공산당과 대중의 ‘부자(父子) 관계’가 예전만 못하다는 소문도 나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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