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中 부흥·MAGA 함께"... 트럼프 "친구, 9월 미국 오라"
'빅딜'은 없었지만 우호적 분위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완전히 함께 갈 수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의 연회장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환영 국빈 만찬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자신과 트럼프의 대표적인 캐치프레이즈를 나란히 놓고 ‘공존’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시진핑은 트럼프의 이번 방문은 역사적 순간이라며 “우리 두 나라는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시진핑의 건배 제의에 이어 연단에 오른 트럼프는 시진핑을 ‘친구’라고 부르며 “우리는 중국 대표단과 매우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대화와 회의를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들이 농구를 좋아하고 청바지를 입는다며 “미국과 중국 국민은 공통점이 많다”고 했다. 트럼프는 또 미·중 관계를 “세계 역사상 가장 중대한 관계 중 하나”라고 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칭화대 설립 지원 등을 언급하며 두 나라의 오랜 역사·문화적 연결고리도 강조했다. 연설 말미엔 오는 9월 24일 시진핑과 아내 펑리위안 여사를 백악관에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상대의 축사가 끝날 때마다 일어서서 박수를 보낸 뒤 밀착해 대화를 나눴다. 술을 마시지 않는 트럼프가 와인을 살짝 입에 대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시진핑에 대한 존중을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만찬 메뉴에는 껍질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운 오리 요리인 ‘베이징 카오야’가 올랐다. 토마토와 새우를 곁들인 수프와 바삭한 소갈비, 익힌 제철 채소, 구운 연어 등도 나왔다. 건배주로는 바이주 대신 허베이의 창청(만리장성) 와인이 제공됐다. 후식으로는 과일과 티라미수, 아이스크림이 준비됐다.양식과 중식의 조리 방식을 섞어 양국 정상 만찬의 절충적 성격을 드러낸 구성이다. 로이터는 소갈비는 완전히 익힌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트럼프의 취향을 반영한 메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후식으로는 티라미수와 과일, 아이스크림 등이 테이블에 올랐다.

이날 두 정상은 내내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만찬에 앞서 트럼프와 시진핑은 베이징 톈탄(天壇)공원을 30분 가량 방문했다. 명·청 시대 황제들이 하늘에 제사를 올리며 천명(天命)과 통치의 정당성을 확인하던 공간을 함께 밟은 것이다.
시진핑은 2017년 당시 방중한 트럼프를 자금성에서 맞이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오늘 관람하는 톈탄은 자금성과 ‘나이’가 같다”면서 “톈탄에 반영된 ‘천원지방(天圓地方·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의 원리는 중국인의 우주관과 처세 철학을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트럼프는 톈탄 공원에 대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중국은 아름다운 나라”라고 했다.
중국 정치에 밝은 소식통은 이백의 시를 인용해
“저 산만은 나를 싫어하지 않고, 나도 저 산을 싫어하지 않는다(相看兩不厭隻有敬亭山)”면서
“톈탄 방문에서 세계 양대 국가의 묘한 구도가 드러났다”고 했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쯤 트럼프가 전용차 ‘비스트’를 타고 정상회담 장소인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도착했을 때도 시진핑이 직접 행사장 앞에 나와 맞이했다. 두 정상은 지난해 10월 부산 정상회담 이후 약 6개월 만에 다시 손을 맞잡았다. 트럼프는 시진핑의 왼팔을 가볍게 두드리며 친근함을 드러냈고, 시진핑도 미소로 화답했다.
양국 국가 연주, 예포 발사에 이어 두 정상은 중국 의장대를 함께 사열했다. 중국과 미국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어린이들 앞에서 함께 걸음을 멈추고 박수로 화답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중국이 보여준 의전에 담긴 의미가 2017년 당시와 미묘하게 달라졌다는 해석도 나왔다. 9년 전 중국이 ‘황제 의전’으로 트럼프의 환심을 사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에 임하는 장면을 연출했다는 것이다. 왕후이야오 중국세계화센터 이사장은 워싱턴포스트에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중국은 일방적으로 당하는 쪽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중국도 맞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시 주석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방중 당시인 2014년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방중 때인 2017년에는 파란색 계열 넥타이를 맸지만, 이날은 붉은색 넥타이를 골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매는 넥타이 색을 굳이 피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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