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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배운 여자라는 평생 맺힌 한 풀어주신 분,이선재 교장 별세

한문역사 2026. 5. 16. 16:56

배움 때 놓친 여성에 학업 길 터준 만학도의 스승…이선재 일성여중고 교장 별세

김지혜 기자2026. 5. 11. 21:53
 
1963년 야학교사로 교육현장 첫발
중고교 학력 인정 성인학교 세워
40~80대 여성 입학…6만명 배출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인 서울 일성여자중고등학교·양원초등학교를 설립한 이선재 교장이 지난 10일 별세했다. 사진은 고인이 2011년 경향신문 기자와 인터뷰하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배움의 때’를 놓친 여성들에게 다시 교실 문을 열어준 이선재 서울 일성여자중고등학교 교장이 지난 10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평생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 만학도들을 위해 헌신한 그는 생전 ‘한국의 페스탈로치’로 불리며 존경을 받았다.

1936년 개성에서 태어난 이 교장은 1·4 후퇴 당시 가족과 함께 서울로 피란을 왔다. 어린 시절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주변의 도움으로 학업을 이어간 그는 배우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뜻을 품게 됐다.

 

그는 1963년 당시 야학이었던 일성고등공민학교 교사로 교육 현장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1972년 교장으로 취임해 학교를 현재의 일성여자중고와 양원주부학교로 발전시켰다.

또 구로공단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일성일요학교를 운영했다. 2005년에는 국내 최초의 학력인정 성인 초등학교인 양원초등학교도 설립했다.

일성여중고는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치지 못한 성인 여성들이 2년 만에 학력을 취득할 수 있는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이다. 학생 상당수는 가난이나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린 시절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40~80대 여성들이다.

그의 교육 철학은 학교 홈페이지 인사말에도 담겨 있다. 이 교장은 “가난한 살림 때문에 또는 여자라는 이유 하나로 배움의 때를 놓친 여성들에게 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부디 배움의 열차에 동승하셔서 밝고 활기찬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고 적었다.

일성여중고를 거쳐간 만학도는 지난 2월 기준 6만명을 넘어섰다. 학생들에게 이 교장은 단순한 학교 운영자가 아니라 늘 교실을 찾아 안부를 묻고 격려를 건네는 ‘친근한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평생을 바쳐 배우지 못한 성인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 그는 생전 ‘한국의 페스탈로치’라 불리며 사회적 존경을 받았다. 일성여중고 재학생 941명은 여전히 학교에서 새로운 삶을 배우고 있다.

그러나 이 교장이 평생 일궈온 학교는 현재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2007년 평생교육법 개정 이후 평생교육시설의 설립 주체는 학교나 재단 등 법인만 인정되는데, 일성여중고는 이 교장 개인이 설립한 학교이기 때문이다.

 

11일 교육부는 “현행법상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의 설치자가 개인인 경우에는 설치자 사망 시 설치자의 지위를 개인에게 이전할 수 없어 법인화하지 않으면 폐쇄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공익법인 전환 등의 방식으로 학교가 존속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은 학습자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재학생들이 졸업하는 2028년 2월까지 한시 운영토록 조치할 예정”이라며 “해당 시설 상속자의 의사, 학교의 입장, 재학생·교직원 규모와 성인 학습자의 교육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한 경우 공익법인 전환 등의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족은 아들 이원준 세종대 교수와 혁준 일성여중고 행정실장, 딸 승은씨, 사위 김성실 전남대 교수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3일 자정이다. 장지는 동화경모공원이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