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와인, 아 옛날이여!
▶프랑스 와인의 세계를 소개한 만화 ‘신의 물방울’이 2000년대 초
전 세계적으로 2000만 부 이상 팔린 것도 프랑스 와인의 인기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연간 600조원으로 추산되는 와인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뜨거웠다.
1976년과 2006년 파리에 전 세계 와인 전문가가 모여 최고의 와인을 선정하는
이벤트도 벌였다. 시인 보들레르는 프랑스 와인을 “그윽한 기쁨”이라며
“세상에 너를 몰라볼 이가 누가 있을까”라고 했다.
▶그런데 과거의 영광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와인 소비량이 22억L
이었는데 맥주 소비가 이보다 1000만L 많았다. 프랑스에서 맥주 판매가 와인을
앞선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다만, 프랑스 와인의 위기는 오래전부터 예견됐었다.
1960년대까지 연간 130L에 달하던 프랑스의 1인당 연간 와인 소비가 지난해 40L
로 3분의 1토막 났다. 최근엔 프랑스의 대표 산지인 보르도조차 쌓이는 포도주
재고를 감당하지 못해 포도밭을 갈아엎고 와인을 손 세정용 알코올이나
산업용 에탄올로 증류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와인 인기가 시든 배경에는 술을 대하는 젊은이들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변한 것이
이유로 꼽힌다. 젊은이들이 이전 세대보다 술을 덜 마시는 현상이 프랑스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확산세다. 지난해 세계 와인 소비량은 전년보다 2.7% 감소했다.
달고 칼로리 높은 와인보다 도수 낮은 맥주를 선호하는 웰빙 풍조 확산도 이유다.
가족 구성원 변화도 영향을 미친다. 1인 가구나 자녀를 하나만 둔 부부가 마시기에
750mL인 양도 벅차다.
▶젊은이들 사이에 와인은 아버지 세대의 술 취급을 받는다.
그 빈자리를 맥주와 무알코올 음료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집들이가 사라진 한국 가정에서 와인 한 병을 따야 할 일이 크게 줄었다.
수박도 크다며 ‘애플 수박’이 인기를 끄는 세상이 됐다. 인류가 가장 오래 마셨고
사랑했던 와인도 세상의 커다란 변화 앞에선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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