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속구 투수의 진화… 선발로 나와 7회에도 시속 165㎞
MLB 신기록 쓴 미저라우스키

‘괴물’들이 즐비한 MLB(미 프로야구)에서도 시속 100마일(약 160.9㎞) 강속구를 밥 먹듯 뿌리는 파이어볼러는 주로 불펜에 포진해 있다. 짧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온 힘을 쏟아 전력투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MLB 통산 379세이브를 올린 특급 좌완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38·보스턴 레드삭스)은 2010년 신시내티 레즈 시절 시속 105.8마일(약 170.3㎞)을 던져 리그 최고 구속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오른손 투수 최고 기록은 2024년 벤 조이스(26·LA 에인절스)가 LA 다저스 토미 에드먼을 삼진 처리하며 찍은 105.5마일(약 169.8㎞)이다. 삼진으로 연결한 공 기준으로는 가장 빠른 기록이기도 하다. 한 시즌 평균 최고 구속은 2019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뒷문을 책임진 조던 힉스(30·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시속 162.7㎞다.
그런데 불펜 투수들의 강속구 경쟁에 도전장을 던진 선발 투수가 있다. 밀워키 브루어스의 제이콥 미저라우스키(24)는 26일(한국 시각) 카디널스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1실점 1볼넷 12탈삼진을 기록, 팀의 5대1 승리를 이끌었다. 놀라운 것은 이날 그가 뿌린 96구 중 무려 57구가 시속 100마일을 넘겼다는 점이다. 이는 2008년 투구 추적 시스템 도입 이후 한 경기 최다 기록으로, 2022년 헌터 그린이 세운 기록(47구)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미저라우스키의 괴력은 숫자로 잘 드러난다. 이날 시속 101마일(약 162.5㎞) 이상 공을 40개, 102마일(약 164.2㎞) 이상 공을 22개 던졌다. 1회에 103마일(약 165.8㎞) 이상 강속구를 8차례 꽂아 넣은 그는 7회에도 102.4마일(약 164.8㎞)을 뿌렸다. 보통 마무리 투수가 9회 한 이닝 동안 전력을 다해 찍는 구속을 선발 투수가 7이닝 내내 유지한 셈이다.
미저라우스키의 이번 시즌 성적은 11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1.83, 100탈삼진. 올해 MLB에서 가장 먼저 100탈삼진 고지를 밟았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유력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후보로 꼽힌다. MLB닷컴은 “아마도 야구 역사상 가장 강한 공을 던지는 선발 투수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9일 뉴욕 양키스전에서는 애런 저지를 상대로 시속 103.6마일(약 166.7㎞) 직구를 던졌는데 이는 2008년 이후 선발 투수가 기록한 최고 구속이었다.
많은 선발 투수에게 시속 100마일은 특별한 숫자이지만, 미저라우스키에겐 평균 구속에 가깝다. 그의 올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은 99.7마일(약 160.5㎞)이며, 슬라이더는 94.6마일(약 152.2㎞), 커브는 87.2마일(약 140.3㎞)에 달한다. 작년 KBO리그 직구 평균 구속(약 146㎞)과 비교하면, 그의 슬라이더가 훨씬 더 빠르다.
강속구 비결은 우선 압도적인 체격에서 나온다. 키(201㎝)도 큰데 팔다리는 유독 더 긴 편이라 타자 쪽으로 최대한 다가간 위치에서 공을 뿌린다. MLB 투수들이 투수판보다 평균 1.95m 앞에서 공을 놓는 데 비해, 미저라우스키는 직구는 평균 2.28m, 슬라이더는 2.32m 앞에서 던진다. 타자 입장에서는 공이 30㎝ 이상 가까운 곳에서 날아오기 때문에 실제 구속보다도 시속 3~4㎞는 더 빠르게 느껴진다. 이러한 효율적인 투구 메커니즘 덕분에 과도하게 힘을 쓰지 않고도 위력적인 공을 꾸준히 뿌릴 수 있어 긴 이닝 소화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저라우스키는 포심 패스트볼을 60.9%, 슬라이더를 24.9% 비율로 던지는데, 빠른 패스트볼 덕분에 옆으로 날카롭게 꺾이는 시속 150㎞대 슬라이더가 위력을 발휘한다. 올 시즌 그의 탈삼진율은 39.3%, 헛스윙률은 39.0%에 달한다. 피안타율은 0.152로 MLB 전체 1위,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은 0.82로 전체 2위. 다만 강속구 투수들이 흔히 겪는 제구 불안도 안고 있어 9이닝당 볼넷 허용은 2.67개로 적지 않은 편이다.
2022년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63순위로 브루어스의 지명을 받은 미저라우스키는 지난해 6월 처음 빅리그 마운드에 올랐다. 데뷔전부터 카디널스를 상대로 5이닝 노히트 투구를 펼치는 등 강렬한 모습을 보이며 역대 최소인 단 5경기만 뛰고 올스타에 선정되는 진기록도 세웠다. 현지 팬들은 압도적인 구위를 뽐내는 그를 ‘인간 화염방사기’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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