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544] 지리산 띠톱 장인

지금은 운봉(雲峰)읍이 남원시에 편입되어 있지만 과거에는 남원과 운봉은 별개 문화권이었다.
남원과 운봉 사이에는 ‘아흔아홉 고개’라 일컬어지는 여원치(女院峙)가 가로막고 있어서
문화가 달랐고 사람들의 기질도 약간 달랐다.
1894년 동학 당시에는 운봉의 만석군 박(朴) 부자 집이 돈과 식량을 댄 민보군(民保軍)이 조직돼
남원의 동학군과 여원치 고개 일대에서 정면으로 맞붙었다. 결과는 민보군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이 패배로 인해 동학군이 경상도 함양·산청으로 진입하려던 계획이 어그러졌다.
운봉의 특산물은 곶감·韓紙·木器였다. 특히 물푸레나무를 깎아서 옻을 칠해 만든
운봉의 목기(木器)는 유명했다. 일제강점기 때 찻사발에 관심이 많던 일본인들은
운봉 목기를 보고 ‘운봉다완(雲峰茶椀)’으로 부르며 귀하게 여겼다.
옻칠을 해서 반들반들한 데다가 가벼우면서도 깨지지 않으니 쓰기에 아주 편리했던 것이다.
나는 동학군과 민보군의 전투에 각기 참여했던 ‘당취(黨聚·땡초의 원류)’들의 흔적을 찾기 위해
남원·운봉 일대 마을들을 몇 년간 훑고 다녔다. 그 답사 과정에서 원래 의도에서 벗어나
눈에 들어오는 게 목기를 비롯한 나무 재료들이었다. 깊고 넓은 산이었던 지리산에서
다양한 특수목들이 풍부하게 공급되는 환경이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남원시 보절면(寶節面) 서치(書峙)에서 특수 목재들을 다루는
‘띠톱 장인’을 만나게 되었다. 김출태(73) 匠人(장인)이었다.
20세부터 시작해서 53년 동안 각종 목재를 켜온
띠톱의 마에스트로(maestro:匠人, 名人 ,巨匠)였다.
띠톱은 커다란 몸통의 목재를 자르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톱이다.
마치 컨베이어벨트처럼 톱날이 돌아가면서 둥근 몸통의 거목들을 한 겹씩 자르는 톱이다.
수령이 400~500년 된 느티나무를 켤 때 어느 방향으로 잘라야만 무늬가 예쁘게 나오는지
아는 사람이 띠톱 장인이다. 수령이 좀 된 먹감나무, 가죽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등은
띠톱 장인이 나무를 자를 때 어떤 방향에서 자를지를 판단하는 것,
그리고 나무를 자를 때도 정확하게 일직선으로 자를 수 있는 기술이 핵심이다.
나는 가죽나무를 좋아한다. 불그스름한 색깔이 좋고, 좀이 먹지 않아서다.
김출태의 설명에 의하면 대나무밭이나 산속에서 자란 가죽나무는 진달래 색이 나온다고 한다.
이걸 ‘연참죽’이라고 부른다. 연참죽은 진달래 색이 나오니까 가구용으로는 최고로 친다는
설명이다. 채담가(採談家)에게는 지리산 둘레의 780개 마을이 이야기 밭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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