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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한자,영어 공부보다 필요한 건 :읽는 습관:

한문역사 2026. 7. 8. 17:54

AI시대, 한자·영어 공부보다 필요한 건 '읽는 습관'

'언어의 귀재' 로버트 파우저
한국어로 집필한 7번째 책 출간

입력 2026.07.07. 00:42업데이트 2026.07.0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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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언어학자 로버트 파우저가 유리창에 한국어·일본어·독일어 등으로 글씨를 쓰고 있다. 그의 신간 ‘문자 전파담’은 문자의 전파 과정을 통해 세계 문명사를 읽는다. /이태경기자

“이번 책을 쓰고 저는 완전한 ‘한글 전용주의자’가 됐어요. 한자 공부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도요.”

언어학자 로버트 파우저(65) 전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한국어의 맥락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한자 공부’가 필요하다고 오랜 시간 강조해왔던 그는 왜 생각이 바뀌었을까. 신간 ‘문자 전파담’(혜화1117)으로 돌아온 파우저를 지난 1일 만났다.

미국 출신의 로버트 파우저는 일본어를 공부하던 대학생이던 1982년 한국에 처음 방문한 이후 한국·일본에서 각각 13년씩 지냈다. 한국어·일본어·독일어·스페인어·프랑스어·중국어·몽골어 등을 구사하며 ‘언어의 귀재’로도 불린다. 이번 ‘문자 전파담’은 문자의 전파 과정을 통해 세계 문명사를 읽는 책이다. 세계 문자의 발상과 전파 과정에 작용한 정치·종교의 힘을 살핀다. 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어로 집필한 일곱 번째 책이다.

 
로버트 파우저의 신간 '문자 전파담'/혜화1117

“한자의 중요성을 믿었던 제가 생각이 바뀔지 예상치 못했어요.” 그는 한글이 “세상 모든 문자 중 가장 쉽고 편한 문자”이자 “표기의 경제성과 과학성이 우수한 효율적 문자”라고 다시금 느꼈기 때문이다. 한자의 장점이 있긴 하지만 쉬운 한글을 잘 활용하기만 해도 된다고 본다. 대학에서 한국어 교수법을 연구하고 가르쳤던 그가 든 예시는 이렇다. “가속화(加速化)라는 명사에서 ‘化’를 한자로 쓸 줄 몰라도 ‘화’의 활용을 알면 문해력에 지장이 없습니다. 영어로는 접미사 ‘-ion’인데 ‘라틴어를 모르면 영어를 제대로 아는 게 아니다’라는 옛 주장도 이젠 사라졌습니다. 우리가 ‘이두’ ‘향찰’ 쓰던 시대를 사는 게 아니잖아요?”

파우저는 문해력에 진짜 필요한 건 한자가 아니라 ‘책을 많이 읽는 것’임을 강조했다. “바쁜 한국 학생들이 국어 시간에 소설 요약본을 읽습니다. 한자를 잘 알아도 읽은 경험이 부족하면 문해력이 발달하지 않습니다. 첫 표지부터 뒷표지까지 쉽게 읽어낼 수 있는 습관이 단단하게 들어야 합니다. 텍스트의 내용을 서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간 '문자 전파담'을 낸 로버트 파우저 교수가 책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이태경기자

AI 시대를 맞아서 그의 생각은 한발 더 나아갔다. “‘외국어 학습담’을 쓴 저자로서 쑥스럽지만 영어 공부도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혼자 튀르키예 여행을 갔을 때도 AI 덕에 소통 문제가 전혀 없다는 걸 느꼈어요. 영어는 대학 입시에 중요할 뿐이죠. 저는 ‘취미’로만 외국어 공부를 이어나갈 거예요.” 그는 ‘외국어 기술’이 아니라 언어 정보 처리 능력이 더 중요해진 시대라고 말한다. “AI가 주는 정보, 소셜미디어의 음모론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박사 학위 있는 사람들도 각종 음모론에 넘어갑니다. 제가 만약 교육부 장관이라고 하면 정보 판단력·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과목부터 만들 겁니다.”

 

그는 수천 년간 세계는 ‘문어 권위의 시대’를 살았지만 이젠 구어의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문자 발전 이전 단계의 시각 표현 방식으로 되돌아간 것만 같은 ‘이모지’가 채팅에서 빠지지 않는 것도 그렇다. “AI와의 대화, 일상 채팅도 말하는 것처럼 입력해요. 중국에선 아예 문자 대신 음성을 메시지로 보내는 일도 많아졌어요. 젊은 사람들은 카카오톡을 보낼 때 마침표를 찍지 않죠. 마침표의 유무가 만드는 뉘앙스의 차이를 알거든요. 조카 눈에 마침표를 찍은 삼촌의 채팅은 단호하고, 때론 화난 것처럼 느껴져요. 글도 AI가 잘 쓰는 시대이니 말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