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등 非아파트는 주택 수에 빼줘야 공급난 풀립니다."
이재명 정부, 고가주택 겨냥해 종부세 올릴 것
비거주 1주택자 매도 압박은 옥석 가려야
단기 주택 공급 정책 부재는 실책

“부동산 정상화는 코스피 5000보다 훨씬 더 쉽다”(1월 31일)고 했던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선 “부동산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토로했다. 대통령은 다주택자들의 매물 출회를 압박한 자신의 ‘구두 개입’으로 “가격 상승세를 눌렀다”는 말도 했지만,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강하게 반등하고 있다. 대통령은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고 했지만, 현재로선 정부가 시장에 지고 있는 모양새다.
다급해진 정부는 최후 수단으로 ‘보유세 인상’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조만간 ‘부동산 대토론회’를 열고,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에선 공정시장 가액 비율 상향 조정, 비거주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과연 집값 잡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최초의 ‘부동산학 석좌교수’인 권대중 한성대 교수에게 그 가능성을 물었다.
◇“부동산, 코스피 5000보다 더 쉽다”더니
-정부가 7월 중 ‘부동산 대토론회’를 개최해 여론을 수렴하겠다는데.
“정치적 요식 행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청와대나 재경부, 국토부 회의에 참석해 보면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입맛에 맞는 논리를 펴는 유튜버나 블로거들을 구색 맞추기로 앉혀두는 경우도 있었다. 정당성 확보를 위한 토론회는 시장의 불신만 키울 뿐이다.”
-다주택자를 압박해 매물을 유도했던 정부의 정책 기조는 유효했다고 보나.
“투기성 있는 다주택자의 매도를 유도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정교한 가이드라인’ 없이 밀어붙이면 부작용을 낳는다. 서울의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액이 69만원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퇴직금으로 빌라나 오피스텔 한 채를 더 사서 임대 수입으로 생계를 해결하고 있는 ‘생계형 다주택자’까지 투기꾼으로 몰았다. 부모 부양이나 자녀 학업 등의 이유로 일시적 다주택자가 된 이들을 가려내는 세밀한 배려가 실종되면서 정책 신뢰도가 떨어졌다.”
-다주택자에 이어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매도 압박이 거세다.
“은퇴 후 소득이 끊겨 서울권 주택을 전세나 월세로 돌리고 본인은 소형 주택으로 다운사이징해 생활비를 충당하는 고령층도 있다. 이들에게 집을 팔라고 강요하면, 무주택자로 전락해 다시 전셋집을 알아봐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가족관계증명서만 면밀히 들여다봐도 시세 차익만을 노린 투기성 비거주와 생계형 비거주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부동산 조세 부담률’은 OECD 상위권
-대통령과 정부는 우리나라 보유세 수준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낮다고 하는데.
“재산세 세율만 보면 낮다. 그러나 취득세, 재산세, 종부세,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까지 아우르는 GDP 대비 ‘부동산 관련 조세 부담률’을 따져보면 한국은 OECD 38국 중 상위권에 속한다. 거래세와 보유세의 전체 균형을 외면하고 보유세만 낮다고 주장하는 것은 통계의 왜곡이다.”
-정부가 공정시장가액 비율(재산세 과표를 산정할 때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 세 부담을 조절하는 완충 장치)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60% 수준인데, 80%로 올리거나 아예 없애고, 현재 시세를 그대로 과표로 잡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공정시장가액 비율 조정에 따른 재산세 인상은 사실 인상 폭이 크지 않다. 20%포인트 올리면 재산세가 20% 늘어나는 것이다. 그 금액은 크지 않다. 조세 저항도 크지 않을 것이다. 단지 전월세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진짜 폭탄은 종합부동산세다. 종합부동산세는 최저 0.5%에서 최고 5.0%까지 높다. 이번 세제 개편에서 종부세 세율 구간을 촘촘하게 세분화하고, 보유세를 강화하면 단기적으로 매물이 출현되어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은 경직될 것이다.”
-무슨 말인가.
“시장 참여자들이 거래를 멈추고 관망하거나, 매물을 잠그고 버티거나, 증여하는 방법으로 우회로를 찾는다. 눌려 있던 가격은 정권이 바뀌거나 정책 기조가 흔들리면 결국 다시 튀어 오른다.”
◇135만호 공급 대책, 2030년까지 착공도 어렵다
-이재명 정부가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이번 정부는 (집값 잡기가) 어려워 보인다. 6~8월은 비수기철인데도 집값이 계속 오르고, 전·월세 가격도 급등하는 건 주택 공급이 제대로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135만호 공급 대책은 어떻게 보나.
“목표 연도인 2030년까지 착공하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인다. 착공 기준 135만호는 분당 신도시(9만7000가구)의 14배 규모이다. 한국의 토지 수용 제도는 3심제로 구성돼 있다. 지주들이 반발해 중앙토지수용위원회까지 가기만 해도 최소 2년 이상 소요된다. 정부가 장기 대책에만 매몰되어 정작 ‘당장 쓸 수 있는 단기 카드’를 놓치고 있는 점이 아쉬운 점이다.”
-무슨 말인가.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7000가구에 그치고, 내년에는 1만3000가구(부동산114 집계 기준)로 격감한다. 지난해 서울에서만 4만9000쌍의 신혼부부가 탄생했다. 당장 신혼부부들이 서울에서 살 집을 구할 길이 없다. 별도 단기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
-단기 공급 해법은 뭔가.
“비아파트 부분인 다세대·연립, 도시형 생활 주택, 오피스텔의 공급 활성화다. 이를 위해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비아파트 주택은 주택 수 산정에서 과감히 배제할 필요가 있다. 현재 2027년 말 준공 물량까지는 주택 수에서 배제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 중장기적으로 주택수 배제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세금 예치하는 ‘에스크로’ 제도 도입 필요
-빌라는 전세사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데.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예를들면 보증금의 10~20%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 기관에 강제 예치하는 ‘에스크로(Escrow)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어떤 식으로 하는 건가.
“미국에선 부동산을 매매할 때 계약금부터 잔금까지 은행에다 낸다. 한국에선 보증금을 바로 임대인에게 주지 않나. 전세 보증금을 HUG에 맡기든가, 보증금의 20% 가량을 예치하게 하고, 예치금 이자를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전세금이 5억에서 4억원으로 떨어지면 예치해뒀던 돈으로 돌려받으면 된다. 이런 장치가 있으면 전세보증금을 떼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예치한 보증금을 서민주택 공급에 활용하면 주택 공급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서울에서 공급을 늘리려면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밖에 없지 않나. 왜 속도를 못내나.
“조합원 간의 이권 갈등도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무리한 공공기여(기부채납)를 요구하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 단지 일부에 공공기관(동사무소나 도서관 등)을 기부채납하게 하거나, 임대주택을 혼합하는 ‘소셜 믹스’를 강요하는 것은 문제다. 30~40년 뒤 그렇게 지은 주택이 낡아져 재건축을 해야 할 때 공공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공공 기여를 받더라도 토지를 일부 분할해 독립된 형태로 받도록 가이드라인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빚더미 기업, LH로는 임대주택 확대 못한다
-민주당 정부는 늘 공공임대 확대를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는데, 왜 잘 안되나.
“공공 임대주택 공급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맡아야 하는데, 현재 LH의 부채가 170조 원이 넘는다. 이런 거대 부채를 짊어진 기업이 어떻게 공공 임대 주택을 활발하게 공급할 수 있겠나. 공룡 기업이 된 LH를 택지개발(토지), 건물 건설(주택), 주택관리, 도시재생 등 4개의 전문 공사로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
-시중 유동성이 넘쳐나는데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나.
“정부는 결코 시장을 이길 수 없다. 5월 기준 시중 유동성(M2)이 4150조 원을 돌파했고 현 정부에서 풀린 재정만 75조 원이 넘는 걸로 알고 있다. 시중 유동성이 많아지면 돈 가치가 떨어지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 ‘수요 분산 정책’이 필요하다.”
◇서울 주택 파는 고령층에 인센티브 줘야
-수요 분산 정책이라니.
“서울 강남권 고가 주택을 보유한 은퇴 고령층이 매물을 내놓고 이주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설계해야 한다. 고령층이 경기도 외곽이나 지방으로 이주할 때 양도소득세를 파격적으로 감면해 주는 식이다. 자연스러운 ‘손바꿈’을 유도해 젊은 층에 서울 진입 기회를 주고, 외곽에는 GTX(광역 교통망)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대형 병원과 인프라를 갖춘 실버 주거 단지를 공급하면 수요는 분산된다.”
-오세훈 시장이 재선되면서, 서울시와 중앙정부간 정책 공조가 어려워보인다.
“9·7대책의 135만호나 1·29 대책의 6만1000호 건설을 조기에 착공하려면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적극 협력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와 지방정부가 상시 소통하는 ‘중앙·지방정부 상설 협의체’가 필요하다. 중앙정부가 아무리 좋은 공급 대책을 내놔도 인허가권과 용적률을 쥔 지자체와 엇박자가 나면 정책은 공전한다."
☞권대중
신용평가사 간부, 부동산 시행사 대표를 지낸 뒤 교수로 전직, 명지대·서강대 등에서 40여 년간 부동산학을 연구해왔다. 현재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부동산융복합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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