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고 곱던 그 얼굴에
검버섯이 피어나고
칙칙한 겨울 골짜기엔 찬 서리만 쌓입니다.
똘망똘망 맑고 총명하던 그 정신은
시간 속에 흐려져 안개 속에 묻혀
흘러만 갑니다.
버거운 삶의 무게 어깨에 메고
산과 들로 쫓아 다니던
튼튼하고 용맹스러웠던
그 육신은 세월 속에 짓눌려
고목이 되셨습니다.
근데 잊지 않으셨습니다.
시집살이하시던 일
시부모,시동생, 무명치마 바지저고리
잿물에 깨끗하게 빨아 널면
마당으로 하나 가득 펄럭펄럭
한숨 소리, 하얀 눈물, 흘리던 일.
부엉이 우는 밤
다듬이 소리에 깊은 시름 달래며
무거운 눈꺼풀 바느질 찔리면
아린 손 움켜잡고 또 하루를 살아내야 했던 일
장남한테 시집와서 딸만 많이 낳는다고
눈물보따리 가라 하시던 호랑이 같던 시어머니.
(2025-9-13.11:20분 요책 본훈 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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