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514] 돈과 권력을 돌파한 서산대사
돈의 정점에는 재벌이 있고, 권력의 정점에는 대통령이 있다.
내가 만나본 재벌 오너 가운데 마음 편한 얼굴을 하고 사는 사람은 한 사람도 못 봤다.
근심·걱정이 가득하다. 십수 년 전 고(故) 구본무 LG 회장과 곤지암에서 만나 저녁을
하는데 구 회장이 맥주잔에 몰트 위스키를 가득 부어 마시는 장면은 많은 영감을 줬다.
“왜 이렇게 많이 드십니까?” “이렇게 안 먹으면 잠이 안 와. 선대에서 일으킨 회사를
내 당대에 망해 먹으면 안 되잖나. 오늘 오전에 여기 왔다가 간 손정의(소프트뱅크 창립자)는
자기가 시작했으니까 자기 당대에 망해 먹어도 되지만 나는 잘못되면 선대에 죄를 짓는 거야!”
서울 강남에서 1000억대 이상 재산을 보유한 자산가들 대다수가 밤에 수면제나 신경 안정제를
복용하고 있단다.
대통령 자리는 어떤가? ‘한국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이 대통령 자리이다.’
중국 사람들의 조롱이다. 역대 대통령 중 뒤끝 좋은 이가 얼마나 되던가? 감방 아니면 죽음이다.
그런데도 돈과 권력을 위해 인간은 돌진한다. 이걸 돌파한 인물이 서산대사(1520~1604)다.
과거 급제에는 실패했지만 친구들과 지리산에 놀러 갔다가 머리를 깎고 심공급제(心空及第)를
했다. 佛家에서는 도를 깨달은 경지를 ‘심공급제’라고 한다.

그 도는 무엇인가? 죽음의 문제에 대한 해결이다.
‘생야(生也) 부운기(浮雲起)요, 사야(死也) 부운멸(浮雲滅)이로다!’
뜬구름이 일어나는 것이 생이고, 뜬구름이 사라지는 것이 죽음이라고 설파했다.
그렇다고 그는 산속에만 있었는가. 임진왜란 때 서산대사가 기른 僧兵 5000명이
피 튀기는 전쟁에서 나라를 구했다. 성통공완(性通功完)의 인생을 살다 갔다.
임진왜란의 영웅은 서산대사와 이순신이라고 생각한다.
서산대사가 자신의 수행 방법을 요약한 저술이 ‘선가귀감(禪家龜鑑)’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불교 저술인 ‘선가귀감’을 저술한 암자터가 바로 내은적암(內隱寂庵)이다.
그동안 이 터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15년 동안 지리산 일대를 헤매고 다녔던 손병욱(71)
전 경상대 교수가 엊그제 나에게 “찾았다”고 연락해 왔다.
함양군 마천면 도마마을 위에 그 터가 있었다.
지리산의 한 봉우리인 삼정산 자락의 해발 425m, 200평 정도 규모였다.
앞으로는 서출동류(西出東流)의 계곡물이 감아 돌았다.
앞산은 적당한 높이로 가로막고 있고,
전망이 터진 동남쪽으로는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과 중봉이 바라다보였다.
(서산대사의 시 樂冊, 本勳 添書)
智異壯而不秀(지리장이불수): 지리산은 웅장하나 빼어나지를 못하고
金剛秀而不壯(금강수이부장): 금강산은 빼어나나 웅장하지를 못하고
九月不秀不壯(구월불수부장): 구월산은 빼어나지도 웅장하지도 못한데
妙香秀而亦壯(묘향수이역장): 묘향산은 빼어나고 또 웅장하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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