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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조 백일장 10월 수상작, 응모 안내

한문역사 2025. 10. 29. 17:21

중앙 시조 백일장 - 10월 수상작] 그림을 수선하다 外
중앙일보
입력 2025.10.29 00:22

지면보기






장원
그림을 수선하다
김정란

집터를 바라본다
개발이 휩쓸고 간
반듯한 담벼락은
베어먹은 시루떡
덩굴은 꼬리가 되어
고양이를 휘감고

주인을 찾는다고
표찰을 달아줄까
감 달린 감나무에
나무집 얹어줄까
아니다 수선을 하자
골몰하는 붓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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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을 일으키고
꼬리는 풀어주고
감꽃은 무성하다
고양이는 깨어나
꽃잎도 별인 줄 알고
눈 속에 쓸어 담네

개발을 쫓아가느라
흩어진 흔적들이
붓끝을 따라가며
작동하기 시작했다
푸르른 길이 열리니
휘파람새가 온다

◆김정란


경기 수원 출생.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2017.3 수필 시대 신인문학상 ‘내 유년의 돛단배 반월’. 2023.6 중앙시조백일장 차상 입상 ‘9호선 승강장에서’. 전 안산시청 보건직 공무원 38년 근무

차상
부재중 전화
이둘임

오래된 습관도 비가 오면 녹이 슨다
어머니, 이제 그만 무릎을 펴세요
가슴 속 소란한 마음 꼬리가 길었다

주인 잃은 전화기를 오랜만에 켜 보았다
속 좁은 저녁처럼 금세 타버린 안부 인사
괜찮아, 바쁘면 됐다 옛 기억 속 목소리

왜 받지 않는가요, 넘치는 통화목록
흔들리는 어깨가 비 맞으며 도착했다
산 자가 어깨 기대며 죽은 자를 만진다

차하
동행
이정순

인기척 말라가는
작은 공간 툇마루에

맑은 눈 살며시 뜨고
내려앉은 단풍 한 잎

미완성
문장에 채울
묻어나는 그대 향

이달의 심사평
잘 여문 이삭을 거둬들이는 결실의 계절, 가을이 깊어간다.

10월 장원에 김정란의 ‘그림을 수선하다’를 올린다. 제목부터 신선하고 이미지가 선명하여 눈길을 끌었다. 평범한 소재를 감각적인 비유를 통해 시상을 엮어나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개발이 휩쓸고 간” 황량한 “집터”에 따스한 시선으로 생기를 불어넣어 서정의 붓질을 입히고 있다. “반듯한 담벼락은/베어먹은 시루떡”이나 “덩굴은 꼬리가 되어/고양이를 휘감고”의 남다른 표현이 시적 역량을 가늠하게 한다.

차상엔 이둘임의 ‘부재중 전화’를 선했다. 화자는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객관적 상관물인 전화기를 통해 세 수의 작품 속에 잘 녹여냈다. 어머니가 두고 가신 “전화기”를 켜고 “기대”고 만지며 가까스로 위로받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평이함 속에서도 현대적 감각을 키우는 새로움을 발견하는 눈을 가져보았으면 한다.

차하에는 이정순의 ‘동행’을 선했다. 시상이 안정된 단시조의 서정이 고요하다. “인기척 말라가는” “툇마루” 가볍게 “내려앉은 단풍 한 잎”을 배치한 이 작품에는 기다림의 미덕이 있다. 늦가을 생의 헐거운 곳을 “채울” 붉게 물들일 “단풍 한” 장이 깊고 그윽하다.

심사위원 손영희·이태순(대표집필)

초대시조
하얀 바다를 건너다 -억새밭에서
권정희

엎드렸던 마음들이 흰빛으로 다가온다
눈시울 젖은 땅에서 허공에 몸 던지듯
닫혀진 시간을 열어 한 생을 불사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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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외진 곳에서
날개짓하는 눈부신 것
뼈마디 일으키는

절경을 펼쳐놓고
바람의 시린 문장을
울컥 받아 적고 있다

◆권정희


경북 영양 출생. 광진문학상 시조 대상. 『시와소금』 신인상. 천강문학상 시조 대상.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시조집 『별은 눈물로 뜬다』, 『배롱나무 편지』, 『사과나무 독해법』

상강(霜降)이 지났다. 눈 가는 곳마다 억새가 나부끼고 찬 바람에 오소소 풀잎이 야윈다. 지난 여름은 유난히 폭우가 잦았다. 수마로 인해 남몰래 신음을 삼키며 나무는, 풀들은 밤을 건넜을 것이다. 갈무리해 놓았던 그 간의 사연들을 눈물도 없이 풀어놓으며 자연은 이별 의식을 치른다.

“뼈마디 일으키는/절경을 펼쳐놓고//바람의 시린 문장을/울컥 받아 적고 있다”

강변은 지금 온통 그들의 호곡장이다. 만 리 밖에서 흘러온 강물은 다시 만 리를 향해 흐르고 이따금 두 량짜리 꼬마 기차가 남녘을 향해 달린다. 고향에 가도 어머니는 부재중이다. 여전히 사립은 닫혀있고 그리운 것들은 별보다 멀리 있다.

시조시인 정혜숙

◆응모안내

매달 18일까지 중앙 시조 e메일(j.sijo@joongang.co.kr) 또는 우편(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48-6 중앙일보 중앙시조백일장 담당자 앞)으로 접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등단하지 않은 분이어야 하며 3편 이상, 5편 이하로 응모할 수 있습니다. 02-751-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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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읽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7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