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옥희의 몸짓 탐구생활] [11] 미친 춤꾼 '할담비'의 訃告

‘할담비’가 돌아가셨다. 전국노래자랑에서 손담비의 ‘미쳤어’를 맛깔나게 소화해서 유명해진 지병수(82)씨다. 유튜브 영상을 다시 보니 체크무늬 양복을 잘 차려입고 나온 일흔 넘은 노신사가 뒤돌아 포즈를 잡을 때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몸통을 쥐어짜듯 꼬면서 한 손으로 몸을 훑어내리는 춤사위에 흥취가 가득하다. 여기에 눈웃음과 입담까지 더해져 방송 직후 스타가 되었다. 춤으로 유명해져 ‘유퀴즈’에도 출연하고 다큐멘터리도 찍고 책까지 내셨으니, 이는 춤꾼의 부고라 불러도 될까.
무용계 사람들은 아마 손사래를 칠 것이다. 이건 유행가를 부르는 것일 뿐이라고, 진지한 예술 행위가 아니라고,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훈련을 받지 못한 아마추어의 장기자랑일 뿐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느 무용인보다도 춤으로 돈을 벌고 유명해졌으니 춤꾼이 아니라 하기도 어렵다.
흥미롭게도 지병수의 삶은 생각보다 춤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그는 우봉 이매방의 제자이자 전통춤의 대가인 임이조 선생에게 춤을 배워 18년간 활동했고 일본 무대에도 섰다고 한다. 진지한 입문은 아니었다. 대학 무역학과를 중퇴하고 건설회사를 거쳐 옷 장사, 술 장사를 하다가 삶이 기울 무렵 우연히 만난 임이조 선생이 그의 끼를 알아보고 학원 운영을 도와줄 겸 배워보라고 권했다는 것이다. 당시 그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 체중도 80㎏에 가까웠지만, 춤만 추면 남다른 흥으로 좌중을 휘어잡았고 그 기세로 일본 공연에까지 발탁되어 여러 해 활동했다. 유파와 계보를 중시하는 전통춤의 어휘로 옮겨보면 임이조류 살풀이춤과 승무 계승자라 할 수 있다. 다시 보니 유독 가볍게 들어 올린 검지 손끝이 멋스럽다. 한 사람의 삶과 인품이 춤에 스며든다고 보는 전통춤의 관점에서 볼 때 그의 ‘미쳤어’와 살풀이춤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전통 춤판엔 지병수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딱히 무용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끼와 흥으로 춤을 추다가 소문이 나 어느새 남들 앞에서 춤을 추게 된 이들이다. 한량 혹은 풍류객이라 할까. 십수 년 전만 해도 이런 이가 있었는데 예술 교육이 제도화된 오늘날엔 찾아보기 어렵다.
세상엔 좁고 깊이 파고드는 구도자 같은 춤꾼도 있지만 취미와 생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춤꾼도 있다. 삶은 정돈된 계획표대로 흐르지 않고 춤꾼이라는 명칭은 자격이 아니라 상태일 뿐이다. 전통 무용가와 할담비를 오간 지병수는 무용 역사책엔 실리지 않겠지만 그의 춤엔 한 시대의 춤판이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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