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525] '빅테크 龍'에 올라탄 한국의 운명
빅테크가 창공을 누비고, 불을 품고 다니면서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와중에 기존 EU 국가들은 초토화되게 생겼다. 몇 년 전 히트한 판타지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 생각난다. 여기에 나오는 용들이 불을 품으며 지져 대니까 반대파는 별다른 저항도 못 해 보고 밥이 되고 말았던 장면이 떠오른다. 미국은 천년왕국 유럽을 불로 지질 수 있는 용을 한두 마리도 아니고 여러 마리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에는 이 빅테크 대항용(對抗龍)이 없다. 이상하게도 미국에서만 용이 태어나고 성장했다.
그런데 말이다. 한국이 이 용들의 부품을 공급하는 나라가 됐다. 반도체다. 심장도 만들어 주고 눈도 제공하고 발톱도 깎아 주는 나라가 됐다. 부품만 제공하는 게 아니다. 돈도 투자하고 있다. 빅테크의 주식들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서학 개미가 사들인 미국 주식이 1687억달러라는 지난주 신문 보도가 있었다. 우리 돈으로 240조원대에 달하는 큰돈이다. 이 돈들은 대부분 빅테크에 투자된 돈이다. 정부는 미국 빅테크로 빠져나가는 달러 때문에 국내 환율이 오르고 있다고 진단할 정도다. 상황이 이 정도면 한국은 용에 올라탄 나라인 셈이다. 용육(龍肉) 가운데 마블링이 들어간 등심 정도는 한국 것이다. 용과 일체화가 되고 있는 과정으로 보인다.
용과 한 몸으로 일체화됨으로써 한국이 더 좋아지는 것인가, 아니면 공동화되어 빈껍데기만 남게 될 것인가. 이 공동화의 문제도 일부에서는 크게 걱정한다. 결론은 올라타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정역(正易)’의 예언이 생각난다. “간태합덕(艮兌合德)”이 그것이다. 간(艮)은 동쪽의 한국이다. 태(兌)는 서쪽의 미국이다. ‘간’은 총각이고 ‘태’는 미혼 처녀를 상징한다. 이 둘이 합해서 신방을 차리면 크게 성취하는 바가 있다는 게 간태합덕의 메시지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이 예언을 긴가민가했다. 하지만 요즘 한국인들이 빅테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보고 이게 ‘구라’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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