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남강 / 최영효
- 기자명 최미화 기자
- 입력 2026.04.25 06:55
이정환(시조 시인)

점필재(佔畢齋) 더운 피가 경호강을 적시고/ 세심정(洗心亭) 물굽이는 덕천강으로 흘러와서/ 앞강물 뒷강물 끌고 마른 땅을 적신다// 달 뜨면 피리가 되고 날 새면 죽창이 되어/ 칠만이 함께 스러진 계사년을 기억하느냐/ 청대가 깃을 떨구면 참대밭에 또 참대가 난다// 백정도 까막눈도 되로는 되지 않고/ 앉은뱅이 키 높이도 자로는 재지 않으니/ 하물며 사람의 피가 대물림 않고 어디로 가랴// 지금도 강상호는 강언덕에 살아 앉아/ 돈 벌어 다 퍼주는 김장하와 마주하고/ 논개는 푸른 강물에 몸을 던져 오늘을 산다
『가히』(2026, 봄호)
남강은 유서 깊은 강이다. 네 수로 된 「남강」은 도도한 흐름을 지닌 서사를 차분하게 풀어내고 있다. 2025년 장편시조집 『우금치』를 펴내어 시조단에 또 한 번 큰 파장을 일으킨 최영효 시인은 태산준령의 면모를 지닌 이 시대의 독보적인 가인(歌人)이다.
이 가객의 비범함이 「남강」에서도 잘 집약되고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 강상호는 1919년 3.1운동 때 진주에서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29명 중 한 사람으로 1년 6개월 징역살이를 했고, 봉양초등학교를 세우고, 1923년 천민계급 타파를 주창하여 형평사를 설립했다. 김장하는 사재로 명신고등학교를 지어 국가에 헌납하고 남성문화재단을 운영하여 진주의 역사와 문화의 발굴 및 창달에 힘쓴 이다. 이처럼 이 두 인물은 특별하다. 남강과 더불어 진주의 역사를 올곧게 세운 것이다.
「남강」에는 점필재 김종직과 논개가 등장하여 흐트러진 정신을 바르게 일깨운다. 화자가 하물며 사람의 피가 대물림 않고 어디로 가랴, 라고 노래하고 있는 대목에서 보듯 이 인물들은 따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내밀히 연계되어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금도 강상호는 강언덕에 살아 앉아 돈 벌어 다 퍼주는 김장하와 마주하고 논개는 푸른 강물에 몸을 던져 오늘을 산다, 라는 끝수에서 읽어낼 수 있듯이 동시대는 아니어도 강상호, 김장하, 논개가 한 무대에 올라 각자의 본분과 역할을 넉넉히 재현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 점에서 「남강」은 괄목상대할 시조다.
팔순을 넘은 시인의 시조 사랑은 여전하다. 올 하반기에 신작 시조집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논개, 김종직, 강상호, 김장하라는 인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조로 진주의 역사와 문화를 노래하고 있는 최영효 시인이 우뚝한 것을 본다. 세상이 크게 주목할 일이다. 이 걸출한 시인의 커다란 족적은 한국시조문학사에서도 길이 남아 빛날 것이다. 이러한 눈부신 성취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랜 세월 불굴의 천착과 안으로 활활 타오르는 열망이 든든히 뒷받침된 것이기에 무장 귀하다.
이정환(시조 시인)
'새 카테고리2'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막판 스퍼트 위해 1주일에 241km 강훈련 (0) | 2026.04.28 |
|---|---|
| 신화속의 역사) 89.경주 천룡사 (0) | 2026.04.28 |
| 윤명철의 다시 보는 한국역사와 문화)가야발전과 붕괴 (0) | 2026.04.28 |
|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43. 昭君出塞 (0) | 2026.04.28 |
| 야고부)自衛隊 (0) | 2026.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