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판사와 검사
명함을 건넸는데 배석 판사 둘이 동시에 일어나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어디 앉으라는 얘기도 없었다. 어색하게 몇 분간 서 있다 자리를 떠났다.
검사실에 인사 가면 보통 차 한 잔 마시며 대화를 했다.
판사실과 검사실 분위기가 그렇게 달랐다.
▶2006년 대검 중수부가 론스타 관계자들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대거 기각했을 때 검찰·법원 간부들이 설전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온도 차가 컸다.
검찰 관계자가 “수사에 인분(人糞)을 들이부은 것”이라고 직격하자 영장 판사는
“이미지가 아닌 팩트에 근거해 얘기해야 한다”고 ‘무미건조’하게 대응했다.
쓰는 말도 그렇게 달랐다.
▶당사자들도 서로간의 차이를 확연히 느낀다. 검사로 일하다 판사로 전직한 판사가
법원 소식지에 글을 썼는데 두 기관의 가장 큰 차이로 ‘사무실 분위기’를 꼽았다.
그는 “처음 출근한 판사실에 대한 인상은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검사실은 출입하는 사람이 많고 조사하는 소리로 항상 시끄러웠는데 판사실에선
조용히 책 읽고 연구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사 때의 단점이 판사의 장점이 됐고,
검사 때의 장점이 판사로서 단점이 됐다”고 했다. 사람 대하는 일이 많은 검사와
그렇지 않은 판사의 차이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드물지만 법원 분위기가 답답해 검사로 전관한 판사도 있다.
이한동 전 국무총리가 최초다. 6년여간 판사로 있다 1969년 검사로 전관했다.
이후 김수남 판사가 판사 생활 3년 만인 1990년 두 번째로 검사로 전관해 검찰총장까지 됐다.
그는 “(판사 때) 답답했고, 능동적인 일을 하고 싶어 검사로 옮겼다”고 했다.
“판사와 검사 업무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그는 재직 시절 후배들에게
“판사 같은 검사 되지 말고, 검사 같은 판사 되지 말라”는 말을 자주 했다.
검사는 판사처럼 앉아서 기록만 보지 말고 현장 중심 수사를 해야 하며,
판사는 검사처럼 설치면 안 된다는 의미였다고 한다.
▶올해 신임 판사 모집에 검사 230여 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예년보다 대폭 늘어난 것이다.
이들도 검사와 판사의 차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전환을 앞두고
신분이 안정적인 법원이 낫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이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들의 선택을 탓할 수 없지만 신속한 피해 구제는 검찰의 기소가 출발이다.
검찰 공백으로 애꿎은 국민들이 고통 받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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