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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메이드 인 코리아, 中國車

한문역사 2026. 5. 26. 15:28

만물상] '메이드 인 코리아' 중국車

입력 2026.05.25. 20:08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글로벌 시장에 막 나왔을 때 ‘메이드 인 차이나’는 툭하면 고장 나고 어딘가 허술한 짝퉁의 대명사였다. 백화점 매대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 라벨을 발견한 주부들이 슬그머니 물건을 내려놓던 시절도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가격 경쟁력은 인정하지만 품질은 못 믿겠다는 냉소 속에서 중국 제조업은 그렇게 체력을 키웠다.

▶중국이 이제는 남의 나라 공장까지 빌려 쓰고 있다. 중국 지리자동차 산하의 폴스타가 르노코리아의 부산 공장에서 전기 SUV ‘폴스타4’를 생산한다. 6개월 만에 북미 누적 수출 3000대를 돌파했다. 차체에는 분명 ‘메이드 인 코리아’가 찍혀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중국의 자본과 기술, 배터리가 뼈대를 이룬다. 고율 관세라는 미국의 무역 장벽을 넘는 동시에 한국의 FTA(자유무역협정) 영토와 ‘제조 강국 한국’이란 신뢰를 활용하려는 우회 전략이다.

 

▶한국이 중국의 ‘하청 생산 기지’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한탄이 나올 법하다. 그러나 고개를 들어 세계를 보면 우리만의 일도 아니다. 남유럽의 자동차 맹주였던 스페인은 중국 체리자동차와 손잡고 바르셀로나 공장을 재가동했고, 헝가리와 폴란드 등 동유럽은 일찌감치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의 거대한 유럽 전진 생산기지가 됐다. 경쟁력을 잃은 현지 업체와 글로벌 확장을 노리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전통의 자동차 강국들이 중국의 ‘외주 공장’을 자처하는 이면엔 냉혹한 현실이 있다. 독자적으로 수천억~수조원이 드는 신차 플랫폼과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기 벅찬 이들이 값싸고 품질 좋은 중국산 기술에 도움을 받는 구조다. 한국의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가 중국 BYD·체리자동차와 각각 합작으로 SUV를 공동 개발하는 것도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일 것이다.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일자리를 지켰으니 당장은 ‘윈-윈’처럼 보이지만 뒤로 웃는 건 기술 로열티를 챙기고 공급망을 장악해가는 중국 기업들이다.

▶안방까지 밀고 들어온 중국 자동차 권력 앞에서 손님과 주인의 처지가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중국 고사 ‘객반위주(客反爲主)’가 떠오른다. 우리 기술을 어깨너머로 배우던 중국이 이제 우리에게 일감을 던져주는 갑(甲)이 됐다. 온 나라가 반도체에 취해 있는 동안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대부분 자동차 기업은 당장 먹고살기 힘들어 공장 마당을 중국에 내주고 있다. 글로벌 분업이라고 하겠지만 순식간에 우리를 추월해버린 중국이 섬뜩하다. 더 무서운 건 ‘5년 후’ 아닐까.

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