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빌려주면 月100만원?… 까딱하면 세금폭탄에 형사처벌까지
:사업자 명의 대여의 함정:
대기업에서 25년간 근무하고 은퇴한 김모(60)씨는 몇 년 전 친하게 지내던 후배에게
명의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후배는 “새로 사업을 시작하려는데 신용 문제 등으로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난 후 김씨는 체납 세금 수천만 원과 재산 압류 예고 통지서를 떠안게 됐다.
후배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서류상 대표인 김씨가 사실상 모든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그는 “돈 드는 일도 아니라고 가볍게 여겼던 게 후회된다”고 했다.

◇명의 대여도 엄연한 범죄
김씨처럼 명의를 빌려줬다가 낭패를 보는 은퇴자 사례가 적지 않다.
지인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다거나, 사례비가 매력적이었다는 등의
이유로 이름을 내준다. 대부분 사업에 직접 돈을 대거나 관여하는 게 아니니
별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노후를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착각이다.
현행법상 사업자 등록 시 명의를 대여하는 일은 명백한 위법 행위다.
조세범처벌법에 따르면 자기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타인에게
허락하거나, 자기 명의의 사업자를 타인이 운영하도록 허락한 사람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사업을
한 사람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된다.
호의로 생각했던 행동이 전과 기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세금 폭탄에 건보료 인상까지
명의 대여 후폭풍은 형사처벌로 끝나지 않는다.
은퇴자가 평생을 일궈온 은퇴 자금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명의를 빌려준 경우 사업 관련 세금이 우선 명의자에게 부과될 수 있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세금 부담을 짊어지게 되는 것이다.
가령 실제로는 받은 적 없는 사업 소득이 기존 소득에 합산되면서,
종합소득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소득이 늘어난 만큼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액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직장에서 물러난 뒤 건강보험 지역 가입자가 된 은퇴자 입장에서 치명적이다.
직장 가입자는 회사에서 매달 받는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매기는 반면,
지역 가입자는 소득과 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산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의 대여로 인해 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잡히면 건강보험료가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 고정적인 현금 흐름이 중요한 은퇴자에게 매월 날아오는 건보료 폭탄은
그야말로 마른하늘의 날벼락과 같다.
명의를 빌려준 사업에 문제가 생겨, 명의를 빌려 간 지인이 세금을 체납하게 되면
사태는 최악으로 치닫는다. 자칫 명의를 빌려준 사람은 노후 자산을 잃을 수도 있다.
국세청은 체납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명의 대여자의 예금과 부동산 등 재산을 압류하고,
경매에 넘길 수 있다. 평생을 바쳐 마련한 은퇴자의 보금자리가 남의 사업 실패 때문에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여기에 체납 사실이 금융기관에 통보되면서 금융 생활도 막힌다.
대출금을 조기에 상환하라는 요구가 들어오고, 신용도 하락 등으로 금융 거래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체납이 장기화하는 등 심할 경우엔 출국 제한 조치까지 당할 수 있다.
◇가족 간 명의 대여도 위험
이처럼 노후가 꼬이는 일을 피하려면 명의 대여 자체를 절대로 멀리해야 한다.
이는 가족 간의 명의 대여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용 불량에 빠진 사람이 부모나 자녀, 배우자,
그리고 형제자매의 이름을 빌리는 사례가 빈번하다. 세금을 아끼려 명의를 끌어다 쓰기도 한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명의를 빌리는 일이 죄의식 없이 행해진다.
가족 간의 명의 대여로 눈앞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폭탄 돌리기’와 같다.
국세청은 빅데이터와 금융 조사를 통해 실질 사업자를 끝까지 추적하고 있다. 그러다 명의 대여 사실이
적발되면 “가족이라 어쩔 수 없었다”, “가족이라 몰랐다”는 식의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국세청은 명의 대여를 근절하기 위해 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타인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한
사업자를 객관적인 자료와 함께 홈택스나 세무서에 신고하면 건당 2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내 이름의 무게’ 알아야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명의가 도용되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은퇴 후 소일거리로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넘겼다가 자기 명의로 사업자 등록이 되는 경우 등이다.
국세청은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 1월부터 ‘명의 도용 안심 차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사업자등록을 차단해놓으면, 온라인 본인 인증이나 세무서 방문 확인을 거쳐
차단을 해제하지 않는 한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없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소득이 지급된 것처럼
처리되지 않도록, 일용·간이·연간 지급명세서가 제출될 경우 세무서로부터 알림톡을 받을 수도 있다.
은퇴까지 평생 쌓아온 재산과 신용이 이름을 한 번 빌려준 대가로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국세청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업자등록 명의대여’를 검색해 관련 피해 사례 동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내 이름의 무게를 엄중히 인식하는 것, 그것이 노후 자산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방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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