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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시상식 만들기

한문역사 2026. 6. 1. 12:58

명품 시상식 만들기

[아무튼, 주말]
[김황식의 풍경이 있는 세상]

김황식 전 국무총리
입력 2026.05.3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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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유현호

인류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의 공적을 기려 상(賞)을 수여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러한 상 운영은 시상 국가나 기관의 위상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노벨상이 스웨덴의 위상을 얼마나 높이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이유 등으로 국내외에 다양한 상이 경쟁적으로 생겨났습니다. 국제적으로는 지난 세기 노벨상에 이어 이스라엘의 울프상, 미국의 래스커상, 일본의 일본 국제상과 교토상 등이 제정돼 그 권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금세기에도 노르웨이의 카블리상, 미국의 브레이크스루상, 핀란드의 밀레니엄기술상, 홍콩의 쇼상, 대만의 탕상, 베트남의 빈퓨쳐상 등이 제정됐습니다. 최근에 제정된 이런 상들은 기존 전통 상보다도 훨씬 많은 상금을 지급함으로써 짧은 기간 내에 상의 권위를 높이고자 하는 흐름을 보입니다. 국내에서도 삼성 호암상 등 다양한 상이 제정·운영되고 있으나 서울평화상을 제외하고 모두 한국인이나 한국계 또는 한국인에 대한 활동과 관련해 시상하는, 이른바 국제상이 아닌 로컬상입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에 맞춰 국경을 넘어 세계인으로 시상 대상을 넓혀 세계가 주목할 만한 국제상이 탄생할 것을 기대합니다.

 

시상 제도의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엄정하고 신중한 절차를 거쳐 훌륭한 수상자를 선정하는 것이지만, 시상식을 품격 있게 진행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시상 기관은 수상자가 진정한 주인공으로 축하를 받고 참석한 축하객들도 함께 감동하고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만들어야 합니다. 삼성 호암상 운영에 관여하는 저는 이를 위해 해외 시상식에 참석해 국제상 운영 노하우와 시상식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노벨상, 일본 국제상, 교토상, 홍콩 쇼상 등이 그 대상입니다.

지난 4월 14일 도쿄에서 열린 일본 국제상(Japan Prize) 시상식에 참석했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국제상인 일본 국제상은 1985년 인류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한 과학 기술 부문 공로자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흔히 ‘일본판 노벨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권위가 높은 상입니다. 상의 탄생에는 파나소닉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의 “기업은 사회에 봉사해야 한다”는 경영 철학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파나소닉의 재정적 지원이 그 기반이 돼 국가 차원에서 만들어진 공익 재단인 국제과학기술재단이 주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상식에는 일본 천황 부부를 비롯해 참의원 의장, 최고재판소 소장 등이 참석하는데, 이는 상의 권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천황 부부의 참석에 따른 보안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상식은 지극히 부드럽고 소박하게 진행됩니다. 스웨덴 국왕 부부가 참석하는 화려한 노벨상 시상과는 조금 다른 모습입니다. 폐식에 이어진 기념 연주회에서는 도쿄예술대학 오케스트라가 수상자가 희망한 곡목을 연주하는 것이 수상자에 대한 특별한 배려였습니다.

 

일본 국제상과 쌍벽을 이루는 상이 교토상(Kyoto Prize)입니다. 교토상은 교세라의 창업자인 이나모리 가즈오(稲盛和夫) 회장이 만든 이나모리 재단이 제정했으며 과학뿐 아니라 예술과 사상까지 포함한 것이 일본 국제상과 다른 점입니다. 두 상은 도쿄와 교토의 자존심 대결만큼이나 선의의 경쟁을 해왔습니다. 제정 시기도 1년 차이고, 상금액도 담합하듯이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똑같이 5000만엔의 상금이 최근에 1억엔으로 증액됐습니다. 일본 국제상 시상식이 벚꽃이 만개하는 4월에, 교토상은 단풍이 한창인 11월 초에 열립니다. 교토상 시상식이 민간 재단이 주관하기 때문인지 훨씬 화려합니다.

 

6월 1일 삼성호암상 시상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참석하는 VIP 하객이나 시상 주관자가 대접받는 것이 아니라, 수상자가 진정으로 축하받고 축하객도 지루하지 않고 때로는 가슴이 뭉클한 감동을 느끼는 그러한 시상식을 꾸미는 것이 목표입니다. 수상자의 업적을 소개하는 훌륭한 동영상을 만들고, 수상자에게 진정 어린 수상 소감을 밝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시상 무대를 꾸며 이를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등 시상식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선 시상식만큼은 다른 어느 상보다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