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543] 미술시장과 東道西器

재다호색(財多好色)이다. 재물이 많으면 ‘색(色)’을 좋아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색은 여색(女色)이 아니라 그림과 미술품을 가리킨다.
인간의 여섯 가지 감각기관(六根) 가운데 눈을 통해서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이
다른 감각기관에 비해서 월등히 많다. 색계(色界)의 이미지를 인간에게 어필하게
만든 예술 장르가 바로 그림이고 미술인 것이다. 그래서 부자들이 색계를 좋아한다.
미국의 20세기 부자를 대표하던 록펠러 집안과 JP모건이 대표적이다.
데이비드 록펠러가 소장하고 있던 그림들을 기부하기 위하여 2018년 크리스티 경매에
내놓았다는 뉴스가 기억에 남는다. 홍보 사진 속 붉은 카펫과 자단목 책상이 놓여 있는
록펠러 사무실 벽면에 피카소의 ‘꽃바구니를 든 소녀’가 떡 하니 걸려 있는 모습은
미국 부자의 품격과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자본주의 정점에 ‘그림’이 놓여 있구나! 록펠러 집안은 뉴욕에 MoMA(뉴욕현대미술관)
설립을 주도하면서 이제까지 프랑스 파리가 쥐고 있던 미술 시장의 중심을
뉴욕으로 옮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유목민이 양떼를 따라 이동하듯, 미술 시장은 돈을 따라 움직이는 ‘색계의 유목민’이다.
미·중 패권 경쟁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미술 시장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중국이 경제력을
키우면서 치바이스, 우창숴, 쉬베이훙, 리커란, 우관중, 장다첸 등 전통 화가들 작품이
경매에서 수백억 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이 그러한 흐름을 보여준다. 그림은 돈이 말한다.
홍콩, 대만은 물론이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화교 재벌들도 중국 그림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중국 화가들의 작품이 비싸게 팔려야만 힘이 생기는 것이다.
이제 중국 그림값에서 피카소, 샤갈, 마티스에 대적할 정도가 되었다.
6월 중순부터 중국 광저우(廣州) 미술관에서 그림을 전시하는 김병종(73) 화백에 의하면,
중국 미술계의 최근 분위기가 좀 바뀌었다고 한다. 전통 산수화 화풍에 현대적이고
서구적인 요소를 가미한 그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짬뽕’이 아니라
하이브리드’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동도서기(東道西器)이고 중체서용(中體西用)이다.
시진핑 주석이 그의 그림을 선물 받았다고 해서 점수를 따고 들어간 김병종은
서울대 미대 교수 시절부터 ‘동도서기’의 문제의식을 품고 있었다. 광저우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화홍산수(花紅山水)’ ‘풍죽(風竹)’이 그렇다.
20년 전 처음 만나 동도서기 논쟁을 하면서 그의 후반 운을 보았는데
‘필야녹재기중(筆也祿在其中)’의 팔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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