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시인·평론가)

흰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푸른 하늘을/ 맘껏 볼 수 있는/
작은 베란다 카페 1호점 이야기랍니다//
정 나눌 벗들과 함께/
꽃의 속삭임에 귀를 기우리며/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라떼, 카푸치노/
마끼아또, 바닐라라떼 마시며/
장미꽃 나라의 소식도 듣는답니다//
소월의 '산유화'도 읊고/
목월의 '나그네'도 읊고/
생강차, 대추차, 도라지차를 마시며/
마음껏 여흥을 누릴 수 있는 곳//
베란다 카페 1호점으로/
어서어서 오세요/
사랑, 우정, 인정, 향기, 지난날 추억들/
모두 모두 무료랍니다//
이곳은 근심 걱정 털어버리고/
클래마티스, 물망초, 부겐베리아도/
웃음꽃 피어나는 동네랍니다//
봄이 오면 백합도 후레지아도/
글라디올러스도 옷고름을 풀겠지요/
효성타운, 작은 나만의 베란다 카페 1호점/
지금 개업 중이랍니다
『베란다 카페 1호점』(2025, 그루)
그녀의 멋진 상상력이야말로 시의 꽃밭에 비견된다.
문학소녀 때부터 팔순의 시인이 되기까지,
오래된 습작과 고뇌의 퇴고를 거쳐 노경(老境)을 이룬다.
김경희(1947~, 대구 출생)의 「베란다 카페 1호점」에서
앞산을 바라보는 일은 詩的이다.
산안개가 신비로운 흰 띠를 두르고 있다. 세상일이란 참 희한한 것이어서,
노년에 의외로 꽃 피는 일상이 많다는 점이다.
붉게 번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그녀의 시를 읊는다.
왠지 따뜻한 홍차 한 잔이 오늘은 싫지 않다. 노년에 이르면 다 긍정하듯,
돌아가는 일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천천히, 될수록 아주 늦게,
건강하게 살다 가고 싶다는 含意가 전제된다.
느긋한 마음은 젊은 날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기분이다.
나는 그녀의 「베란다 카페 1호점」에 첫 손님이 되어, 창가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늙는다는 것은 비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진리임을, 이 시는 깨닫게 한다.
시작(詩作)에서 중요한 요체는 행과 연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 시는 부드러운 리듬과 시의 제목이 일품이다.
같거나 비슷한 문장 구조의 반복을 통해 일정한 음절의 선율을 강조한다.
품사와 종결형의 반복적 리듬은 음악적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김경희의 「베란다 카페 1호점」은 "벗들과"의 작은 수다방이다.
거실에 온갖 화초가 가득 핀 '카페'는 그녀가 사장이다.
"꽃의 속삭임에 귀를 기우리며" "에스프레소" 커피를 음미하면 향이 기가 막힌다.
"소월의 '산유화'"와 목월의 '나그네'"를 낭송하면, 절로 로맨틱해진다.
그곳은 "봄이 오면 백합"이 피고, "후레지아"가 피고,
"장미꽃" 소식도 이따금 화제에 오른다. 무엇보다 "사랑, 우정, 인정, 향기,
지난날 추억들"이 "모두 무료"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물론 현재도 성업 중인 「베란다 카페 1호점」은 연중무휴다.
폭설이 내린 겨울 아침 "아메리카노"가 불현듯 생각나거든,
독자여! 꼭 한 번 들려보길 권한다.
김동원(시인·평론가)
송태섭 기자 tss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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