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잠실 2030을 만나보니

지난 토요일 오후 서울 잠실에 갔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항의하는 청년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언론이 우리를 외면한다”고 쓴 글을 봤기 때문이었다. 잠실 투표소에서 시작된 집회가
개표소인 옆 핸드볼 경기장으로 옮겼는데 여기에 2030 청년들이 모이면서 대규모 집회가 됐다.
이 청년들은 누구고 무슨 이유 때문에 이렇게 모이는지 궁금했다.
▶올림픽공원역에서 핸드볼경기장까지 걸어 가며 놀란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참석자의 80% 이상이 2030이었다. 학생들은 태극기와 ‘재선거’라고 적힌 종이를 손으로 그려
일일이 나눠주었다. 손잡고 나온 커플과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부도 많이 눈에 띄었다.
시내 집회의 귀를 찢는 괴성과 욕설, 조롱과 극단은 없었다. 대규모 집회 같지 않게 쾌적하기까지 했다.
다만 그들의 ‘재선거’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려웠다. ‘좌우 이념 아닌 국민 권리’라는 피켓을 든
20대 청년에게 ‘재선거는 불가능하다’고 하자 “대한민국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며 여기까지 왔다”
는 답이 돌아왔다. 아이와 나온 30대 부부는 “권한 남용으로 대통령 2명을 탄핵한 나라에서 수많은
시민이 투표할 권한을 박탈당했다”고 했다. 음모론 구호인 “부정선거”를 외치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수는 “부정선거 말고 재선거를 외쳐달라”고 했다.
▶귀가 지하철에서 옆자리 30대 청년에게 ‘선거 때 선택 기준이 뭐였느냐’고 물으니
“당이 아니라 전과”라고 했다. 같이 있던 30대는 “내가 지지했던 후보가 재선거로 낙선하더라도
절차적 정의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주중에는 직장 일 때문에 나올 수 없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 주에 또 오겠다고 했다. 이들은 경기도 시흥에서 왔다고 했다.
▶그런데 일요일 저녁 다시 찾은 잠실은 전날과 달리 어수선했다.
‘윤어게인’과 부정선거 집회 주도 인사들이 다수 목격됐다.
구호는 ‘재선거’에서 ‘부정선거, 재선거’로 변했다. 이준석 대표에게
“어머니가 중국 사람 아니냐”고 욕하는 유튜버,
참석 청년을 대진연 대학생으로 몰아세우는 광경도 봤다.
“밤새 자원봉사한 나를 일부 선동꾼들이 대진연으로 몰았다”는 SNS 글도 올라왔다.
▶2030 잠실 집회는 지휘부가 없다. 이들의 분노를 수렴해 선관위를 개혁하는게 정치의 의무다.
그러나 장동혁 대표 등 국힘 지도부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이용해
자신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민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
2030이 분노한 것은 기본권조차 지켜주지 못한 정치 때문인데,
정치인들은 여기서도 제 잇속만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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