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희의 문장으로 읽는 책] 간소한 삶
그래도 사랑은 죽음을 대면하고 받아들이고 죽음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죽음을 대면할 때만 지상의 사랑은 자신의 진정한 크기를, 자신의 불멸성을 알게 된다. 건강을 어리석게 정의하지 않으려면 그 정의 속에 반드시 죽음을 포함시켜야 한다. 사랑의 세계는 죽음을 끌어안고, 죽음으로 고통받고, 죽음 너머에서 승리를 거둔다. 그러나 효율성의 세계는 결국 죽음에 패배한다. 죽음의 순간, 모든 기계와 시술은 멈춘다. 사랑의 세계는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사랑의 불멸을 보여주는 증거가 바로 슬픔이다.
-스콧 새비지 엮음 『간소한 삶』

병원에 갈 때마다 만감이 교차하는 묘한 감정에 휩싸이곤 한다. 아마 많은 이들이 그럴 것이다. 글쓴이는 이렇게 썼다. “병원은 사랑의 세상과 효율성의 세계, 즉 전문성과 기계와 모호한 절차의 세상이 만나는 곳이다. 아니, 서로 다른 두 세상이 함께 존재하지만 만나지는 않는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병원에 있던 몇 주간 내가 받은 인상은 이러했다. 동생은 사랑의 세상에 살다가 병원으로 왔고 가족과 친구와 이웃들은 그 세상의 대표로 병원을 찾아와 동생과 세상의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애쓰는 것처럼 보였다.”
미국의 ‘소박한 삶을 위한 모임’에서 펴내는 작은 잡지 ‘플레인’에 실린 글들을 모은 책이다. 아미쉬, 퀘이커 교도, 러다이트 활동가 등 “내 영혼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기꺼이 포기하는” 간소한 삶을 사는 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한다. 간소하고 “소박한 삶을 살다 보면 물질적 삶과 영적 삶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깊이 연결돼있으며 결국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을 깨닫고 삶으로 경험하다 보면, 가난한 사람들의 짐을 덜어주고 전쟁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연 속에 살면서 부엉이에게 잡아먹히는 “토끼가 불쌍하다”고 우는 어린 손녀에게 할머니가 해주는 말도 인상적이다. “토끼는 원래 부엉이의 먹이란다. 우리는 서로 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지. 죽음에서 생명이 시작하는 법이야.”
양성희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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