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나쁜 엄마 / 곽도경
- 기자명 송태섭 기자
- 입력 2026.06.17 13:34
나쁜 엄마
곽도경
엄지발가락이 곪았다/
발톱이 자꾸 살을 파고들어 와/
몸속 온갖 신경들이/
발가락 끝으로 몰려와 있다/
엄마와 딸에게는
/ 보이지 않는 탯줄이 있어/
딸의 통증이 엄마에게로 전이 되는 것일까/
엄마는 내 얼굴을 보고/
대뜸 어디가 아프냐고 묻는다/
어린아이처럼 징징대며/
벌겋게 성난 발가락을 보여주었더니/
종일 신발 속에서 땀이 차고/
냄새나는 발가락/ 얼른 입으로 가져가는 엄마/
깜짝 놀라 발을 뺐지만/
엄마는 자꾸 발 내놓으라 호통이다/
쉰을 훌쩍 넘긴 딸 걱정/
아직도 못 놓고/
발가락에 찬 고름 입으로 빨아내시려는/
울 엄마/ 딸 눈에 눈물 바람 일으키는/
참 나쁜 엄마
시집 『오월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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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는 읽는 순간 가슴을 움직인다. 피상적인 관념의 세계를 뛰어넘어 생생한 현실을 반영한다. 자신이 직접 체감한 날 것의 언어야말로, 살아있는 행간의 느낌을 전할 수 있다. 어떤 시든지 그 사연과 곡절은 녹녹지 않다. 고통스런 현실을 행간에 받아들인다는 것은, 시의 책무이다. 시인의 기억공간에 저장된 아픈 언어는, 내면을 씻는 카타르시스 작용을 한다. 트라우마를 공감과 감동의 숨결로 불어 넣는 작업이야말로, 시적 치유의 외연을 확장한다. 특히 서정시는 개인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세상과의 대화의 장이다.
곽도경(1963~, 대구 달성 출생)의 「나쁜 엄마」는 패러독시컬(paradoxical)하다. 엄마와 딸 사이에서 생긴 이야기를, 역설의 시법으로 형상화하였다. “엄지발가락이 곪”은 딸과 그것에 반응한 엄마의 사랑은 감동적이다. 보통 엄마와 딸은 가장 가까운 관계이면서도 가장 복잡한 사이기도 하다. 딸은 엄마를 닮아가면서도 엄마와 분리되려는 이중성격을 보인다. 그녀의 「나쁜 엄마」을 따라가면, 이 세상에 가장 귀한 분이 엄마라는 모순과 맞닥뜨린다. “어린아이처럼 징징대”는 딸의 아픔을 엄마는 가장 빨리 눈치챈다. 타인이면 도저히 엄두도 못 낼 일을, 엄마는 자식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누가 “벌겋게” 곪은 “발가락”의 “고름”을 "입으로 빨아”주겠는가. 모성이 아니면 도저히 볼 수 없는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인간은 누구도 혼자 태어나지 않듯, 엄마에게 아기는 이 세상 가장 소중한 존재다. 한 사람의 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거룩하고 성스러운 의식이다. 이 시 속에서도 드러나듯 모녀는 “탯줄”로 연결된 천륜이다. 육체의 탯줄은 끊어져도, 그 엄마의 냄새는 영원히 딸에게 기억된다. 천륜은 피의 연결을 넘어 서로의 삶에 책임과 사랑으로 응답한다. 인류 문명이 발견한 가장 아름다운 명시가 있다면, 그것은 가족일 것이다.
곽도경의 시 「나쁜 엄마」는 시 제목에서부터 성공적이다. 이 역설적인 시구는, "울 엄마/ 딸 눈에 눈물 바람 일으키는/ 참 나쁜 엄마”에 이르러 놀라운 반전이 된다. '나쁜 엄마’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엄마란 진실을, 이 시는 멋지게 보여 주었다.
김동원 (시인·평론가)
송태섭 기자 tss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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