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 꼭 먹어야 한다면… 탄수화물 적게, 배는 가볍게
[아무튼, 주말]
[정재훈의 먹다가 궁금할 때] (10)

‘아침을 먹는 게 좋을까, 먹지 않는 게 좋을까.’ 생각보다 복잡한 질문이다. 끼니는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개념이다. 동물은 배가 고플 때, 먹을 수 있을 때 먹는다. 갓 태어난 아기도 시계를 보고 먹지 않는다. 배고프면 울고, 엄마 젖을 찾는다. 하지만
성인은 아침·점심·저녁 정해진 시간 식탁에 앉는다.
끼니를 챙겨 먹는다는 것은 배고픔을 따르는 일인 동시에 사회의 시간표를 따르는 일이다. 끼니는 곧 사회화다.
하루 세 끼가 지금처럼 일반화한 것도 인류 역사 전체로 보면 비교적 최근 일이다. 조선 시대에는 조석 두 끼를 기본으로 했다.
서구에서도 오랫동안 하루 두 끼가 표준이었다. 점심과 저녁이 기본이었다. 중세 유럽에서 아침은 주로 어린이, 노인·병자·육체노동자에게 필요한 식사로 여겨졌고, 아침부터 먹는 일을 탐식의 표시로 보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세 끼가 공식처럼 굳어진 것은 산업혁명 이후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늘어나면서부터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쉬고, 다시 일하는 생활이 자리 잡으면서 아침 식사도 당연한 끼니로 굳었다.
건강 차원에서 아침이 좋은가. 답을 따져보기 전에 먼저 이런 논쟁에는 시대와 사회상이 반영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답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성장기 청소년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약을 사용 중인 사람에게는 아침 식사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과잉 칼로리 섭취로 고생하는 현대인이 아침까지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하는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크다.
아침 먹는 게 나은가
아침을 먹는 사람이 거르는 사람보다 더 날씬하며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하지만 사람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연구할 때는 다른 변수가 끼어드는 것을 온전히 막기 어렵다. 아침을 챙겨 먹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운동도 더 많이 하고 술 담배는 적게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아침 식사가 건강의 원인인지, 건강한 생활방식의 표시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최근 연구들을 종합해도 결론은 비슷하다. 2019년 영국의학저널(BMJ)에 실린 무작위시험 메타분석에서는 아침을 먹는다고 체중 감량에 유리하다는 근거가 뚜렷하지 않았다. 오히려 분석에 포함된 연구들을 합치면 아침을 거른 쪽의 체중이 평균 0.44㎏ 더 적었고, 아침을 먹은 쪽의 하루 섭취 열량이 평균 약 260kcal 많았다. 다만 차이는 크지 않고, 연구 기간도 평균 7주로 짧은 편이었다. 따라서 “아침을 먹어야 살이 빠진다”는 말도, “아침을 거르면 살이 빠진다”는 말도 모두 과장이다. 아침 식사에는 마법 같은 체중 감량 효과가 없다.
하지만 아침을 먹는 게 유리한 면도 있다. 단백질은 하루 중에 여러 번으로 나눠 먹는 게 낫다. 하루 두 끼보다는 세 끼로 나누는 편이 소화·흡수하기 쉽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한 끼에 많은 양의 단백질을 먹기 어렵다. 간헐적 단식이 트렌드로 굳어지면서 단식 시간을 늘릴 때의 장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만, 단식 시간이 길어질수록 단식 뒤 첫 식사가 몸에 미치는 충격이 커지기도 한다. 오래 굶은 뒤 첫 끼를 급하게 먹으면 혈당이 더 크게 오른다.
먹는다면 무엇을 어떻게
아침을 먹는다면 뭘 먹는 게 좋을까. 호텔 뷔페에 가면 아침이라고 해서 못 먹을 음식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아침인데도 스테이크, 닭고기 구이, 생선이 즐비하다. 소시지, 베이컨, 과일주스, 도넛, 크루아상, 핫케이크, 와플도 기다린다. “아침을 왕처럼, 점심을 평민처럼, 저녁을 거지처럼 먹어라”는 말을 떠올리면 그냥 전부 다 먹어도 될 것만 같다. 하지만 그렇게 먹고 나면 점심·저녁도 왕처럼 먹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아침을 많이 먹으면 하루 식욕 조절이 흔들릴 수 있다. 빵·시리얼·주스처럼 탄수화물이 많은 아침은 포만감이 오래가지 않는다. 아침을 먹고 나서 오히려 더 빨리 다시 배고파지는 이유다.
아침을 먹을 때 중요한 것은 식사의 시간과 구성이다. 2023년 캐나다 연구진은 제2형 당뇨병이 있는 성인 121명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저탄수화물 아침 식단과 저지방 아침 식단을 비교했다. 두 식사의 열량은 비슷했지만 저탄수화물 식단은 탄수화물이 8g, 저지방 식단은 탄수화물이 56g이었다. 참가자들은 연속혈당측정기를 착용했다. 당화혈색소는 둘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저탄수화물 아침을 먹은 쪽에서 하루 평균 혈당과 최고 혈당, 혈당 변동 폭이 줄고 정상 범위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이 연구는 평균 64세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래도 아침 식사의 핵심이 “먹느냐 마느냐”보다 “무엇을 먹느냐”에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를 한국식으로 옮기면, 아침에는 밥과 반찬을 푸짐하게 차려 먹는 것보다 두부·달걀·생선·채소처럼 단백질·지방·섬유질 중심의 가벼운 한 끼가 포만감을 지속시키고 혈당을 덜 흔들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2024년 덴마크 연구도 비슷한 방향을 가리킨다. 과체중 또는 비만인 18~30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에서 고단백·저탄수화물 아침, 저단백·고탄수화물 아침, 아침 거르기를 비교했다. 셋 중 고단백·저탄수화물 아침은 오전 포만감을 높이고 점심 전 집중력 검사 성적을 개선했다. 다만 하루 전체 섭취 열량을 줄이지는 못했다. 좋은 아침은 오전의 허기와 집중력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것만으로 하루 칼로리가 저절로 줄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요즘 뜨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쓰는 사람에게도 아침 식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약들은 식욕을 낮추고 위 배출을 늦추기 때문에 두 끼로 몰아 먹으면 더부룩함과 메스꺼움, 역류가 심해질 수 있다. 식욕이 너무 줄어 두 끼마저 부실해지면 단백질과 미량영양소가 부족해진다. 이런 사람에게는 하루 두 끼 거한 식사보다 단백질이 들어간 작은 세 끼, 필요하면 가벼운 간식 한 번이 더 현실적이다.
프라이팬에 달걀을 부치고 커피 한 잔을 마시든, 견과류에 요거트를 먹든 아침 식사는 하루를 시작하는 출발이자 가족이 함께하는 의례가 될 수 있다. 어떻게든 아침을 챙겨 먹고 싶은 마음은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아침 식사에 마법의 효과는 없다. 그래도 내 몸에 잘 맞는 작은 아침이라면 충분히 의미 있는 식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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