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카테고리

자유성)제초제 만행

한문역사 2026. 7. 16. 16:43

자유성] 제초제 만행

  • 이하수
  • |
  • 입력 2026-07-15 16:09  |  수정 2026-07-15 17:08  |  발행일 2026-07-16
 

"벼슬도 싫다마는 명예도 싫어/

정든 땅 언덕 위에 초가집 짓고/

낮이면 밖에 나가 길쌈을 매고/

…". 50대 이상은 웬만하면 다 아는 박재홍의 '물방아 도는 내력'이다. 여기서 실을 뽑아 옷감을 만드는 작업을 의미하는 '길쌈'은 잡초를 뜻하는 고대어인데 경상도 등지에 아직도 방언으로 남아 있는 '기심'으로 바꿔야 된다는 주장이 종종 제기됐다. 안에서 여성들이 하는 길쌈을 벼슬도, 명예도 버리고 농촌에 들어온 사내가 밖에 나가서 한다는 게 비합리적이기도 하고, 원래 가사에는 기심으로 돼 있는데 어찌하다 보니 길쌈으로 바뀌었다고도 한다.


기심은 김으로 정착돼 논·밭의 풀을 뽑는 일을 김매기라 한다. 김매는 일은 농사에서 가장 힘든 일이다. 그것도 벼든 콩이든 심어놓으면 세 번은 김을 매야 했다. 오죽하면 '농사는 풀과의 전쟁'이라고 할까 싶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해준 게 제초제다. 제초제가 인체에 해롭고 땅을 오염시킨다는 것을 농민들도 다 안다. 웬만하면 사용하지 말아야 된다는 건 상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할 수밖에 없는 농민들의 마음도 편치 않다.


이런 제초제를 멀쩡한 나무를 죽이는 데 쓰는 일이 종종 발생해 말썽이다. 최근 서울 부암동의 환기미술관장은 담장 옆 은행나무에 제초제를 주입한 혐의로 고발당했다. 충북 영동에서는 칠엽수와 감나무 가로수 뿌리에 구멍을 뚫어 제초제를 주입한 혐의로 입건됐다. 점포 앞이나 논밭가에 있는 가로수에 제초제를 주입하는 사건은 수두룩하다. 제초제는 광합성·단백질합성·세포분열·식물호르몬작용을 저해하여 풀을 죽인다. 단칼에 베는 것이 아니라 코 막고 입 막아 숨지게 하는 것이다. 이런 만행은 멈춰야 한다.


이하수기자 songam@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