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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향만리) 칼국수,말랑

한문역사 2026. 7. 20. 18:06

문향만리] 칼국수, 말랑 / 홍정식

김상진 기자2026. 7. 19. 11:25
 

칼국수, 말랑

홍정식

아무도 곁을 주지 않던 봄날 오후/

아무도 곁에 없던 어머니에게로 간다/

키 낮은 봄 미나리꽝 고동처럼 들붙어//

넓은 하늘 하얀 구름 푸른 들, 어머니/

손칼국수 한 그릇 시켜놓고 마주 앉아/

많다며 푹 덜어내는 울퉁불퉁 손길에//

그나마 반 너머 내 그릇에 옮겨와/

휘휘 젓는 젓가락질 목구멍에 젖어도/

괜찮다, 아무 일 없다, 가락마다 말랑한//

한 마디에 후루룩 비워버린 칼국수로/

종일토록 비어있던 마음이 그득해지는/

손 까만 어머니와의 그 무심한 한 끼니

 

『정음시조 8호』(제라,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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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천 번을 불러도 또 부르고 싶은 어머니다. 그렇듯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거룩하다.

자식 걱정, 자식 사랑이 지극하여 마음에 바람 잘 날 없다. 하여 어머니는 무시로 기도한다.

자식이 잘되기만을 빈다. 우리 모두 그러한 사랑을 받으며 자라왔다.

그래서 세월이 갈수록 어머니가 그립다.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던 어머니를 어찌 한시인들 잊을 수 있으랴!

「칼국수, 말랑」은 모처럼 가지는 어머니와의 식사 자리다.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맛깔스러운 한 끼다.

세상 모든 길이 집을 향하듯 세상 모든 자식은 늘 어머니에게로 향한다.

원초적인 그리움이다.

화자는 아무도 곁을 주지 않던 봄날 오후 아무도 곁에 없던 어머니에게로 간다.

키 낮은 봄 미나리꽝 고동처럼 들붙어 있는 날이다.

넓은 하늘 하얀 구름 푸른 들과도 같은 어머니를 모시고

손칼국수 한 그릇 시켜놓고 마주 앉아 많다며 푹 덜어내는 울퉁불퉁 손길을 본다.

그나마 반 너머 내 그릇에 옮겨와 휘휘 젓는 젓가락질 목구멍에 젖어도 괜찮다,

아무 일 없다, 가락마다 말랑한 정겨운 느낌이다.

그리하여 한 마디에 후루룩 비워버린 칼국수로 종일토록 비어있던 마음이 그득해진다.

이렇게 허기 같은 그리움을 다독이고 있다

. 손 까만 어머니와의 무심한 한 끼니이지만 몹시 유정하다.

많은 대화가 오가지는 못했지만 밥상 앞에 마주 앉은 것만으로도 족한데,

따뜻한 칼국수를 함께 나누었으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을 것이다.

 

다음은 「빈집」이다.

무당거미 줄을 쳐 서까래 내어주고/

들고양이 부푼 배에 툇마루 세를 주고/

제비꽃 일가를 들여 울렁울렁 키운다//

동네 이룬 개미 떼에 대들보 삭혀내고/

웃자란 감나무에 담벼락 자락 덜어내고/

밤이면 지천으로 핀 별꽃 달꽃 부른다//

사랑의 세레나데 앙앙앙 논 개구리/

뒷동산 대나무숲 찌르레기 찌르르/

요양원 서동댁 꿈길 자박자박 다녀간다.

 

이 역시 근원적인 상실감을 불러일으킨다.

아련한 향수로 마음이 아려온다.

다시는 복원되지 못할 까마득한 옛 추억이다.

이정환(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