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저린 꿈에서만
그리라하면 그리겠습니다
개울물에 어리는 풀포기 하나
개울속에 빛나는 돌맹이 하나
그렇습니다
고향의 것이라면 무엇하나라도 빠뜨리지않고
지금도 똑똑하게 틀리는 일 없이
얼마든지 그리겠습니다.
말을 하라면 말하겠습니다
우물가에 늘어선 미루나무는 여섯그루
우물속에 노니는 큰 붕어도 여섯마리
그렇습니다
고향의 일이라면
무엇하나도 빠뜨리지않고
지금도 생생하게 틀리는 일없이
얼마든지 말하겟습니다.
마당끝 홰나무 아래로
삶은 강냉이 한바가지 드시고
나를 찾으시던 어머님의 모습
가만히 옮기시던 그 발걸음 하나하나
나는 지김도 말하고 그릴 수가 잇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한가지만은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그것만은
내가 그리질 못하고 말도 못합니다
강이 산으로 변하길 두번
산이 강으로 변하길 두 번
그러고도 더많이 흐른 세월이
가로세로 파놓은 어머님 이마의
어둡고 아픈 주름살.
어머님
꿈에보는 어머님 주름살을
말로 하려면 목이먼저 메이고
어머님
꿈에보는 어머님 주름살을
그림으로 그리려면 눈 앞이 먼저 흐려집니다
아!아! 이십육년
뼈저린 꿈에서만 뫼시는 어머님이시여...
( 남북으로 헤어져 보지못하고 살다가
이젠 고인이 되셔서 꿈속에서만 볼 수 있는 어머니를 그리워 한 시)
1928년 평남 안주 생6.25때 월남 1988년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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