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한 글 ,문장

뼈저린 꿈에서만 (전봉건님의 시)

한문역사 2018. 6. 23. 10:21

뼈저린 꿈에서만

 

그리라하면 그리겠습니다

개울물에 어리는 풀포기 하나

개울속에 빛나는  돌맹이 하나

그렇습니다

고향의 것이라면 무엇하나라도 빠뜨리지않고

지금도 똑똑하게 틀리는 일 없이

얼마든지 그리겠습니다.

 

말을 하라면 말하겠습니다

우물가에 늘어선 미루나무는 여섯그루

우물속에 노니는 큰 붕어도 여섯마리

그렇습니다

고향의 일이라면

무엇하나도 빠뜨리지않고

지금도 생생하게 틀리는 일없이

얼마든지 말하겟습니다.

 

마당끝 홰나무 아래로

삶은 강냉이 한바가지 드시고

나를 찾으시던 어머님의 모습

가만히 옮기시던 그 발걸음 하나하나

나는 지김도 말하고 그릴 수가 잇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한가지만은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그것만은

내가 그리질 못하고 말도 못합니다

 

강이 산으로 변하길 두번

산이 강으로 변하길 두 번

그러고도 더많이 흐른 세월이

가로세로 파놓은 어머님 이마의

어둡고 아픈 주름살.

 

어머님

꿈에보는 어머님 주름살을

말로 하려면 목이먼저 메이고

어머님

꿈에보는 어머님 주름살을

그림으로 그리려면 눈 앞이 먼저 흐려집니다

 

아!아! 이십육년

뼈저린 꿈에서만 뫼시는 어머님이시여...

 

( 남북으로 헤어져 보지못하고 살다가

이젠 고인이 되셔서 꿈속에서만 볼 수 있는 어머니를 그리워 한 시)

1928년 평남 안주 생6.25때 월남 1988년 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