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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에 태극기 다시나요

한문역사 2025. 8. 11. 14:32

一事一言] 광복절에 태극기 다시나요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입력 2025.08.1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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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에 태극기를 게양하는지 주위에 물어보면 “그렇다”고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국경일 아파트 베란다를 보여주며 국기 게양 문화의 현실을 지적하는 방송 뉴스도 새롭지 않다. 좀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 보고 싶다.

“우리는 매일 일상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태극기와 만나고 있는가?”

한 여행 블로거의 뉴욕 여행기를 읽다가 파크 애비뉴 375번지에 있는 시그램 본사 사옥이 눈에 들어왔다. 정문 앞에 세워진 23m 높이 국기 게양대는 유일한 외부 장식 요소였다. 뉴욕 거리에서 성조기는 거리 풍경의 일부다. 굳이 시그램 사옥에 주목한 것은 이 건물의 건축양식에 영향을 받아 설계됐다는 서울 종로의 SK 본사(1999년 완공) 서린빌딩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수없이 그 앞을 지나다녔는데 국기 게양대를 본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다시 지날 때 살펴보니 옆 건물과 사잇길에 국기 게양대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민간 건물의 경우 대체로 1970~90년대 완공된 대기업 사옥만 국기 게양대가 대로변 잘 보이는 곳에 있다. 삼성 태평로 본관(1976년), 현대 계동 사옥(1983년), LG 여의도 쌍둥이 빌딩(1985년) 건물 앞의 국기 게양대는 마치 오래된 유물 같다.

 

최근 건설된 기업들의 최첨단 신사옥을 보면 국기 게양대를 설치하지 않은 곳이 많은 것 같다. 미래 산업 메카인 판교 테크노밸리에서도 태극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의무는 아닐 테니까. 판교 테크노밸리를 방문하기 위해 달리는 경부고속도로 양재 나들목에서 보이는 현대자동차그룹 옥상의 대형 태극기가 문득 고맙게 느껴진다.

광복 80년이다. 일상에서 좀 더 자연스럽게 태극기를 접했으면 좋겠다. 광복 70년이던 10년 전엔 대기업들이 사옥에 대형 태극기를 내걸며 축하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번엔 그런 움직임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10년간 일상에서 태극기를 가장 자연스럽게 접했던 기억은 휴가 나온 장병들의 군복이 아니었나 싶다. 10년 전 ‘군복에 태극기를 부착하자’는 민간의 아이디어를 국방부가 받아들여 시행한 것이었다. 새로운 일상의 태극기 문화가 생겨나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