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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事一言)임진왜란 때 끌려간 洪 浩然,76년간 새긴 :참을 忍:

한문역사 2025. 8. 25. 15:55

일사일언] 壬亂 포로 홍호연의 76년간 새긴 '참을 忍'

조선일보
입력 2003.09.3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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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 사가(佐賀)시의 아미타사 절에는 임지왜란 때 끌려간 홍호연(洪浩然)의 묘비가 쓸쓸하게 서 있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나베시마 나오시게(鍋島直茂)軍이 진주성을 공략할 때

한 동자가 붓을 들고 개들에 포위당하여 진퇴양난에 처해 있는 것을 보고 구출해 주었다고 한다.

바로 이 동자가 그였다.

그는 일본으로 끌려 온 뒤 사가번(佐賀藩)에 귀화하여 경도오산(京都五山)에서 수학한 후

나베시마번의 측근 유학자로서 우대를 받았다. 또한 시와 글씨도 잘 썼다고 한다.

그가 남긴 ‘忍’자(字) 족자가 나고야성 박물관에 전시된 것을 최근에 보았다.

‘참는 것이 마음의 보배요 참지 못하면 몸의 재앙(忍則心之寶 不忍 身之殃)’이라고 쓰여 있었다.

글을 음미하면서 개와 적장에게 이중으로 포위되어 목숨이 경각에 달렸던 12세 어린이가

결국은 포로로 잡혀가 적지에서 죽을 고생을 하면서도 참을 ‘인(忍)’자를 가슴에 새기고

76년을 살다 간 포로 유학자의 삶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생명이란 그렇게도 모진 것이다.

그런데 최근 10년 사이에 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두 배나 증가하여 교통사고로 죽는 숫자보다

많다는 기사를 보고 새삼 생명의 존귀함을 느낀다. 이유야 여러가지겠지만 경제적 요인이 대부분인 듯싶다.

아무리 세상이 힘들고 어렵다고 하더라도 하늘이 내려 준 목숨을 스스로 끊는 참극이 더 이상 없는

세상에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홍호연의 글씨 앞에서 떨쳐버릴 수 없었다.

(조병로·경기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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