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봄 어느 오후였지
비 한 차례 막 그친 들길 가는데
누군가 길가에서 울고 있더라
야윈 어깨 들먹들먹 그렁그렁한 눈물
얼굴 곱고 키 작은 코스모스더라.
왜 우느냐고 물었지.
이 들길에서 가을과 만나기로 했는데
꽃을 내놓고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고 말하더라
언제 만나기로 했냐고 물었지
가을이, 보고프면 언제라도 꽃을 피우라고
꽃향기 따라 곧 찾아오마 했다고.
나는 말했지, 그렇게 다급하지 말고 ,
여기서 이렇게 한 송이씩 피었다 졌다 하고 있으면
어느 낮달 방긋방긋 하는 날
가을이 살짝살짝 찾아 올 거라고
지난 가을, 나도 이 길에서
다음 가을에 다시 피어 만나기로 한 약속이 있었는데
봄이 되자마자 줄곧
내 안에 꽃 펑펑 피어노니
이 길을 이렇게 날마다 헤매 다니노라고...
-제주의 꿈- 책 표지 안쪽면에서 (2015년 118호)
樂冊, 多樂房에서 抄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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