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廣寒殿白玉樓上樑文(許蘭雪軒.作)

한문역사 2025. 9. 7. 15:02

허난설헌이 지은 광한전 백옥루 상량문

작성자허철회(학술회장, 운영자)|작성시간13.05.04|조회수319목록댓글 1글자크기 작게글자크기 크게
 

허난설헌이 지은 광한전 백옥루 상량문을 읽으면서 잠시 신선이

되어 보는 것고 좋을 듯합니다. 장달수

 

난설헌 허초희 작

 

광한전 백옥루 상량문

 

보배로운 일산日傘이 하늘에 드리워지니 구름 수레가 색상의 경계를 넘었고, 은빛 누각이 해에 비치니 노을 난간이 미혹된 티끌 세상을 벗어났다. 신선의 나팔이 기틀을 움직여서 구슬기와 궁전을 짓고, 푸른 이무기가 안개를 불어서 구슬나무 궁전을 지었다. 청성장인靑城丈人은 옥 휘장의 도술을 다하고, 벽해왕자도 금궤짝의 묘방을 다 베풀었다. 이는 하늘이 지은 것이지, 사람의 힘이 아니다.

 

주인의 이름은 신선 명부에 오르고, 벼슬도 신선 반열에 들어 있어서, 태청궁에서 용을 타고 아침에 봉래산을 떠나 저녁에 방장산에 묵으며 학을 타고 삼신산을 향할 적에 왼쪽에 신선 부구浮丘를 붙잡고, 오른쪽에는 신선 홍애洪崖를 거느렸다. 천년 동안 현포玄圃에서 살다가 한번 꿈에 인간 티끌 세상에 내려와 황정경黃庭經을 잘못 읽어 무앙궁에 귀양왔다. 적승赤繩 노파가 인연을 맺어주어, 다함이 있는 집에 들어온 것을 뉘우쳤다.

 

병 속의 신령스러운 약을 잠시 현사玄石+少에 내리자, 발 아래의 달이 문득 계수나무 궁전으로 몸을 숨겼다. 웃으면서 붉은 티끌과 붉은 해를 벗어나 자미궁의 붉은 노을을 거듭 헤치며, 난새와 봉황이 피리 부는 신령스러운 놀이의 옛모임을 즐겁게 계속하였다. 비단 장막과 은병풍에 홀로 자는 과부는 오늘 밤이 지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니, 어찌 일궁日宮의 은혜로운 명령을 월전月殿에까지 아뢰게 할 수 있으랴.

 

벼슬 맡은 무리들은 몹시 깨끗해서 그 발로 팔색 노을의 관청을 밟으며, 지위와 명망이 드높으니 그 이름이 오색 구름의 전각을 짓눌렀다. 옥도끼에서 차가운 기운이 나니, 계수나무 밑에서 오질吳質이 잠들 수가 없었다.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을 연주하자, 난간 가에 있던 소아素娥가 춤을 추어 올렸다. 영롱한 노을빛 노리개와 노을빛 비단이 신선의 옷자락에서 떨쳐지고, 반짝이는 성관星冠은 별빛 구슬로 머리꾸미개를 꾸몄다.

 

여러 신선들이 모여들 것을 생각해보니, 상계에 거처하던 누각이 오히려 비좁게 느껴졌다. 푸른 난새가 옥비玉妃의 수레를 끄는데 깃으로 만든 일산이 앞서고, 백호가 조회에 참석하는 사신을 태웠는데 황금 수실이 그 뒤의 먼지를 따랐다. 유안劉安이 경전을 옮겨 전하자 두 용이 책상 위에서 태어나고, 희만姬滿이 해를 쫓아가자 팔방의 바람이 산비탈에 머물렀다.

 

새벽에 상원부인을 맞아들이자 푸른 머리는 세 갈래 쪽이 흩어졌고, 낮에 상제의 따님을 만났더니 황금 북으로 아홉 무늬 비단을 짜고 있었다. 요지瑤池의 여러 신선들은 남쪽 봉우리에 모였고, 백옥경의 여러 임금들은 북두칠성에 모였다.

당종唐宗은 공원公遠의 지팡이를 밟아 우의羽衣를 삼장三章에서 얻었고, 수제手帝는 화선火仙과 바둑을 두며 온 누리를 한 판에 걸었다. 붉은 누각이 높게 지어지지 않았더라면 어찌 편하게 붉은 깃발을 세우고 조회에 참례할 수 있었으랴.

 

이에 십주十洲에 통문을 보내고 구해九海에 격문을 급히 보내어, 집 밑에 장인匠人의 별을 가두어 놓게 하였다. 목성이 재목을 가려 쓰고 철산鐵山을 난간 사이에 눌러 놓으니, 황금의 정기가 빛을 내고 땅의 신령이 끌을 휘둘렀다. 노반魯般과 공수에게서 교묘한 계획을 얻어내어 큰 풀무와 용광로를 쓰고, 기이한 재주를 도가니에 부리기로 했다.

 

푸르고 붉은 꼬리를 드리우자 쌍무지개가 별자리의 강물을 들여 마시고, 붉은 무지개가 머리를 들자 여섯 마리 자라가 봉래섬을 머리에 이었다. 구슬 추녀는 햇빛에 빛나고, 붉은 누각이 아지랑이 속에 우뚝했다. 비단 창가에는 유성이 이어지고, 푸른 행랑을 구름 너머에 꾸몄다.

 

옥기와는 물고기 비늘같이 이어졌고, 구슬계단은 기러기같이 줄을 지었다. 미련微連이 깃대를 받드니 월절月節이 자욱한 안개 속에 내리고, 부백鳧伯이 깃대를 세우자 난초 장막이 삼진三辰에 펼쳐졌다. 비단 창문의 수술을 황금 노끈으로 매듭짓고, 아로새긴 난간의 아름다운 누각을 구슬 그물로 보호하였다.

 

신선이 기둥에 있어 오색 봉황의 향기로운 누대에서는 기운이 불어나오고, 선녀가 창가에 있어 쌍 난새의 거울 갑에서는 향수가 넘쳐 흐른다. 비취 발과 운모 병풍과 청옥 책상에는 상서로운 아지랑이가 서리고, 연꽃 휘장과 공작 부채와 백은 평상에는 대낮에도 상서로운 무지개가 둘러쌌다. 이에 봉황이 춤추는 잔치를 베풀고, 제비가 하례하는 정성을 펼치게 하였으며, 널리 백여 신령을 초대하고, 널리 천여 성인을 맞이하였다.

 

서왕모를 북해에서 맞아들이니 얼룩무늬 기린이 꽃을 밟았고, 노자를 함곡관에서 영접하자 푸른 소가 풀밭에 누웠다. 구슬 난간에는 비단무늬 장막을 펼쳤고, 보배로운 처마에는 노을빛 휘장이 나직하게 드리웠다. 꿀을 바치는 왕벌은 옥을 달이는 집에 어지럽게 날고, 과일을 머금은 안제鴈帝는 구슬을 바치는 부엌에 드나들었다.

쌍성의 나전羅鈿 피리와 안향晏香의 은쟁銀箏은 균천鈞天의 우아한 곡조에 맞추고, 완화婉華의 청아한 노래와 비경飛瓊의 아름다운 춤은 하늘의 신령스런 소리에 얽혔다. 용머리 주전자로 봉황의 골수로 빚은 술을 따르고, 학의 등에 탄 신선은 기린의 육포 안주를 바쳤다. 구슬 돛자리와 옥방석의 빛은 아홉 갈래의 등불에 흔들리고, 푸른 연과 하얀 복숭아 소반에는 여덟 바다의 그림자가 담겼다. 구슬 상인방에 글이 없는 것만이 한스러웠다.

 

그래서 신선들에게 노래를 바치게 하였지만, <청평조>淸平調를 지어 올렸던 이백李白은 술에 취해서 고래 등을 탄지 오래이고, 옥대玉臺에서 시를 짓던 이하李賀는 사신蛇神이 너무 많아서 탈이었다. 새로운 궁전에 명을 새긴 것은 산현경山玄卿의 문장 솜씨인데, 상계에 구슬을 아로새길 채진인蔡眞人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스스로 삼생三生의 티끌 세상에 태어난 것이 부끄러운데, 어쩌다 잘못되어 구황九皇의 서슬 푸른 소환장에 이름이 올랐다. 강랑江郞 의 재주가 다해서 꿈에 오색찬란한 꽃이 시들었고, 양객梁客이 시를 재촉하니 바리에 삼성三聲의 소리가 메아리쳤다. 붉은 붓대를 천천히 잡고 웃으며, 붉은 종이를 펼치자, 강물이 내달리듯, 샘물이 솟아나듯 글이 지어졌다. 자안子安의 이불을 덮을 필요도 없었다. 구절이 아름다운데다 문장도 굳세니, 이백의 얼굴을 대해도 부끄러울 것이 없었다.

 

그 자리에서 비단 주머니 속에 있던 신령스러운 글을 지어 올리고, (백옥루에) 두어서 선궁仙宮의 장관을 이루게 하였다. 쌍 대들보에 걸어 두고서 육위六偉의 자료로 삼는다.

 

어영차 떡을 들보 동쪽에 던지노니

새벽에 봉황을 타고 요궁瑤宮에 들어갔더니

날이 밝으면서 해가 부상扶桑 밑에서 솟아올라

붉은 노을 일만 올이 바다를 붉게 비추네

 

 

어영차 떡을 들보 남쪽에 던지노니

옥룡이 아무 일 없어 연못 물이나 마시니

은평상 꽃그늘에서 낮잠을 자다 일어나

웃으며 요희瑤姬를 불러 푸른 적삼을 벗기게 하네.

 

어영차 떡을 들보 서쪽에 던지노니

푸른 꽃에 이슬이 떨어지고 오색 난새가 우는데

옥자玉字를 수놓은 비단옷 입고 서왕모를 맞아

학을 타고 돌아가니 날이 이미 저물었네.

 

어영차 떡을 들보 북쪽에 던지노니

북해가 아득해서 북극성이 잠기고

봉새의 깃이 하늘을 치니 그 바람에 물이 치솟네.

구만리 하늘에 구름이 드리워 빗기운이 어둑하네.

 

어영차 떡을 들보 위에 던지노니

새벽빛이 희미하게 비단 장막을 밝히고

신선의 꿈이 백옥 평상에 처음으로 감도는데

북두칠성의 국자 돌아가는 소리를 누워서 듣네.

 

어영차 떡을 들보 아래에 던지노니

팔방에 구름이 어두어 날 저문 것을 알고

시녀들이 수정궁이 춥다고 아뢰네.

새벽 서리가 벌써 원앙 기와에 맺혔네.

 

엎드려 바라오니, 이 대들보를 올린 뒤에 계수나무 꽃은 시들지 말고, 아름다운 풀도 사철 꽃다워지이다. 해가 퍼져 빛을 잃어도 난새 수레를 어거하여 더욱 즐거움 누리시고, 땅과 바다의 빛이 바뀌어도 회오리 수레를 타고 더욱 길이 사소서. 은빛 창문이 노을을 누르면 아래로 구만리 미미한 세계를 내려다 보시고, 구슬문이 바다에 다다르면 삼천년 동안 맑고 맑은 뽕나무 밭을 웃으며 바라보소서. 손으로 세 하늘의 해와 별을 돌리시고, 몸은 구천의 바람과 이슬 속을 노닐게 하여지이다.

 

廣寒殿白玉樓上樑文

 

述夫。寶蓋懸空。雲輧超色相之界。銀樓耀日。霞楹出迷塵之壺。雖復仙螺運機。幻作璧瓦之殿。翠蜃吹霧。噓成玉樹之宮。靑城丈人。玉帳之術斯殫。碧海王子。金櫝之方畢施。自天作之。非人力也。主人名編瑤籍。職綴瓊班。乘龍太淸。朝發蓬萊暮宿方丈。駕鶴三島。左挹浮丘右拍洪厓。千年玄圃之棲遲。一夢人間之塵土。黃庭誤讀。謫下無央之宮。赤繩結緣。悔入有窮之室。壺中靈藥。纔下指於玄砂。脚底銀蟾。遽逃形於桂字。咲脫紅埃赤日。重披紫府丹霞。鸞笙鳳管之神遊。喜續舊會。錦幕銀屛之孀宿。悔過今宵。胡爲日宮之思綸。俾掌月殿之牋奏。官曹淸切。足踐八霞之司。地望崇高。名壓五雲之閣。寒生玉斧。樹下之吳質無眠。樂奏霓裳。欄邊之素娥呈舞。玲瓏霞佩。振霞錦於仙衣。熠燿星冠。點星珠於人勝。仍思列仙之來會。尙乏上界之樓居。靑鸞引玉妃之車。羽葆前路。白虎駕朝元之使。金綅後塵。劉安轉經。拔雙龍於案上。姬滿逐日。駐八風於山阿。宵迎上元。綠髮散三角之髻。晝接帝女。金梭織九紋之綃。瑤池衆眞會南峯。玉京群帝集北斗。唐宗踏公遠之杖。得羽衣於三章。水帝對火仙之棋。賭寰宇於一局。不有紅樓之高構。何安絳節之來朝。於是。移章十洲。馳檄九海。囚匠星於屋底。木宿掄材。壓鐵山於楹間。金精動色。坤靈揮鑿。騁巧思於般倕。大冶鎔鑪。運奇智於錘範。靑赮垂尾。雙虹飮星宿之河。赤霓昂頭。六鼇戴蓬萊之島。璇題燭日。出彤閣於煙中。綺綴流星。架翠廊於雲表。魚緝鱗於玉瓦。雁列齒於瑤階。微連捧旂。下月節於重霧。鳧伯樹纛。設蘭幄於三辰。金繩結綺戶之流蘇。珠網護雕欄之阿閣。仙人在棟。氣吹彩鳳之香臺。玉女臨窓。水溢雙鸞之鏡匣。翡翠簾雲母屛靑玉案。瑞靄宵凝。芙蓉帳孔雀扇白銀床。祥蜺晝鎖。爰設鳳儀之宴。俾展燕賀之誠。旁招百靈。廣延千聖。邀王母於北海。斑麟踏花。接老子於西關。靑牛臥草。瑤軒張錦紋之幕。寶簷低霞色之帷。獻蜜蜂王。紛飛炊玉之室。含果雁帝。出入薦瓊之廚。雙成鈿管晏香銀箏。合鈞天之雅曲。婉華淸歌飛瓊巧舞。雜駭空之靈音。龍頭瀉鳳髓之醪。鶴背捧麟脯之饌。琳筵玉席。光搖九枝之燈。碧藕氷桃。盤盛八海之影。獨恨瓊楣之乏句。繄致上仙之興嗟。淸平進詞。太白醉鯨背之已久。玉臺摛。長吉咲蛇神之太多。新宮勒銘。山玄卿之雕琢。上界鐫壁。蔡眞人之寂寥。自慙三生之墮塵。誤登九皇之辟剡。江郞才盡。夢退五色之花。梁客詩催。鉢徹三聲之響。徐援彤管。咲展紅牋。河懸泉湧。不必覆于安之衾。句麗文遒。未應頮謫仙之面。立進錦囊之神語。留作瑤宮之盛觀。置諸雙樑。資於六偉。

拋梁東。曉騎仙鳳入珠宮。平明日出扶桑底。萬縷丹霞射海紅。

拋梁南。玉龍無事飮珠潭。銀床睡起花陰午。咲喚瑤姬脫碧衫。

拋梁西。碧花零露彩鸞啼。春羅玉字邀王母。鶴馭催歸日已低。

拋梁北。溟海茫洋浸斗極。鵬翼擊天風力掀。九霄雲垂雨氣黑。

拋樑上。曙色微明雲錦帳。仙夢初回白玉床。臥聞北斗廻杓響。

拋樑下。八垓雲黑知昏夜。侍兒報道水晶寒。曉霜已結鴛鴦瓦。伏願上樑之後。琪花不老。瑤草長春。曦舒凋光。御鸞輿而猶戲。陸海變色。駕飆輪而尙存。銀窓壓霞。下視九萬里依微世界。璧戶臨海。咲看三千年淸淺桑田。手回三霄日星。身遊九天風露。

 

서애선생 별집

 

 

《난설헌집(蘭雪軒集)》 뒤에 발함

 

내 친구 미숙(美叔 허봉(許篈))은 세상에서 보기 드문 뛰어난 재주를 가졌는데, 불행히 일찍 죽었다. 나는 그가 남긴 글을 보고 정말로 무릎을 치면서 탄복하여 칭찬해 마지않았다. 하루는 미숙의 아우 단보(端甫 허균(許筠)) 군이 그의 죽은 누이가 지은 《난설헌고(蘭雪軒藁)》를 가지고 와서 보여 주었다. 나는 놀라서,

“훌륭하도다. 부인의 말이 아니다. 어떻게 하여 허씨의 집안에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이 이토록 많단 말인가.”

라고 말하였다.

 

나는 시학(詩學)에 관하여는 잘 모른다. 다만 보는 바에 따라 평한다면 말을 세우고 뜻을 창조함이 허공의 꽃이나 물속에 비친 달과 같아서 맑고 영롱하여 눈여겨볼 수가 없고, 울리는 소리는 형옥(珩玉)과 황옥(璜玉)이 서로 부딪치는 것 같으며, 남달리 뛰어나기는 숭산(嵩山)과 화산(華山)이 빼어나기를 다투는 듯하다. 가을 부용은 물 위에 넘실대고 봄 구름이 허공에 아롱진다. 높은 것으로는 한(漢) 나라ㆍ위(魏) 나라의 제가(諸家)보다도 뛰어나고 그 나머지는 성당(盛唐)의 것만 하다. 그 사물을 보고 정감을 불러일으키며 시절을 염려하고 풍속을 근심함에는 종종 열사의 기풍이 있다. 조금도 세상에 물든 자국이 없으니, 백주(柏舟)ㆍ동정(東征)이 오로지 옛날에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나는 단보 군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돌아가 간추려서 보배롭게 간직하여 한집안의 말로 비치하고 반드시 전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만력 경인년(1590, 선조23) 11월 서애는 한양의 우사(寓舍)에서 쓴다.

 

[주]백주(柏舟)ㆍ동정(東征) : 백주는 《시경》 용풍(鄘風)의 편명으로 《집전(集傳)》에 “부인이 그 남편에게 사랑을 받지 못함을 잣나무 배에 비유했다.” 하였다. 동정은 후한(後漢) 반초(班超)가 지은 동정부(東征賦)를 가리킨다.

 

跋蘭雪軒集

余友許美叔有曠世奇才。不幸早亡。余睹其遺文。未嘗不擊節嘆賞。一日。美叔弟端甫携其亡姊所著蘭雪軒藁者見示。余駭而曰。異哉。非婦人語。何許氏之門。多奇才也。余於詩學。懵也。姑卽其所見而評之。立言造意。如空花水月。瑩澈玲瓏。不可把玩。鏗鏘則珩璜相觸也。挺峭則嵩華競秀也。秋蕖擢水也。春雲靄空也。高處出漢魏。其餘步驟乎盛唐。至其感物興懷。憂時悶俗。往往有烈士風。無一點世間葷血。柏舟東征。不得專美於前矣。余謂端甫。歸且收拾而寶藏之。備一家言。勿使無傳焉可也。萬曆庚寅仲冬。西厓書于漢陽之寓舍。

 

서애선생 별집

 

시에 능한 여자[女子能詩]

 

 

근세에 여자로 시에 능한 사람이 몇 있다. 그중에 한 사람이 허씨로 호를 난설헌(蘭雪軒)이라 하는데, 감사 엽(曄)의 딸로 자라서 정자(正字) 김성립(金誠立)에게 시집갔다. 재주가 출중하였는데, 여기 두 편의 시를 소개한다.

비단 띠 비단 옷에 눈물 자국뿐이니 / 錦帶羅衣積淚痕

한해살이 꽃다운 풀 왕손을 원망함이여 / 一年芳草怨王孫

요금으로 강남곡을 다 타니 / 瑤琴彈罷江南曲

배꽃을 적시는 비 낮에 문을 걸었노라 / 雨打梨花晝掩門

또,

 

달 비친 누에 가을 깊고 옥병은 비었는데 / 月樓秋盡玉屛空

서리친 갈대 물가에 저문 기러기 내리다 / 霜打蘆洲下暮鴻

비파 한 곡 다 타도록 사람 구경 못하는데 / 瑤瑟一彈人不見

연꽃은 들 연당 위에 시나브로 지누나 / 藕花零落野塘中

 

모두가 세속에서 초연히 벗어나 당시(唐詩)와 같으니 사랑할 만하다. 다른 편에도 이와 같은 시가 많다. 나이 스물 남짓에 죽었다.

또 하나는 이씨 여자인데, 옥천 군수 이봉(李逢)의 얼녀(孽女)로 죽은 승지 조원(趙瑗)의 첩이 되었다. 조원이 삼척 부사로 있을 때 이씨가 죽서루(竹西樓)에서 지은 시에,

 

강은 갈매기 꿈을 먹고 환히 트였는데 / 江呑鷗夢闊

하늘에는 기러기들 수심만 길도다 / 天入鴈愁長

하였다. 이 시는 호사자(好事者)들이 널리 애송하여 전해 온다고 한다.

 

허균 성소부부고

 

 

서애(西厓) 정승께 올림 갑진년(1604) 8월

 

신묘년(1591, 선조24)에 작고한 누님의 시집 서문(序文)을 지어주셨으나, 제가 그것을 암송하지 못한 채 난리를 만나 분실하였으니 불민(不敏)한 죄를 어떻게 면하겠습니까.

요즘 어떤 사람이 그 서문이라고 하면서 보여 주기에, 읽어보니 딴 세대에 있었던 일과 같아 진본인지를 판별할 수 없었습니다. 삼가 기록하여 집사에게 바치오니, 노사(老師)께서 잘못된 곳을 바로잡아 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윽이 책 첫머리에 올려서 간행하고 싶어서입니다.

남쪽으로 바라보니 멀기만 하여 마음에 있는 말을 다하지 못합니다.

삼가 바라건대, 도(道)를 위하여 몸을 잘 보중하소서. 두루 갖추지 못합니다.

 

[주]작고한 누님 : 허균(許筠)의 누님으로 여류 시인인 허난설헌(許蘭雪軒)을 말함. 본명은 초희(楚姬)임.

 

上西厓相 甲辰八月

 

辛卯歲。辱製亡姊詩集序文以惠。筠不能誦。致失於亂日。其不敏之誅。焉可逭乎。近有人以序文見示者。看來如隔世事。不能辨眞贗。謹錄呈記室。幸惟老師証其訛謬何如。切欲首簡。登之于梓耳。南望悠悠。不盡所懷。伏惟爲道自珍。不具。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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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허준범(동돈령공/부훤당파) | 작성시간13.05.16광한전 백옥루 상량문을 보고 나서!
    한자에는 깊은 조예가 없지만, 한글번역을 보니 정말 대단한 분의 작품입니다. 우리 허문의 자랑스런운 명재인이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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