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간 목포의 고아들을 먹이고 입힌 일본인을 아시나요
한일 수교 60주년 음악극 '공생,원'
'고아들의 어머니' 윤학자 삶 조명
스마트 안경 쓰면 자막 볼 수 있어

“눈물과 피와 땀으로 씨를 뿌린 사람이 있다면 어머니, 그건 당신입니다. 언어도 풍습도 다른 이 나라에서 배고픔에 굶주려 우는 아이들을 모아 당신의 손으로 밥을 지어 먹이셨습니다….”
1968년 11월 2일, 전남 목포역 광장은 울음바다였다. 인구 16만명이던 목포에서 3만명 넘는 시민의 조문이 이어졌다. 목포의 부모 없는 아이를 모아 돌봤던 ‘공생원’ 원장 윤학자(당시 56세·일본 이름 다우치 치즈코) 여사를 떠나보내는 목포 개항 이래 최초의 시민장. ‘32년간 윤 여사가 길러낸 고아는 2995명,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158명의 갓난아이와 212명의 고아를 기르고 있었다’고 당시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11~1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한·일 수교 60주년 기념 음악극 ‘공생,원’(극본 정준, 작곡 황경은, 연출 김달중)은 ‘고아들의 어머니’ 윤학자(1912~1968) 여사의 불가사의한 헌신의 삶을 무대 언어로 재해석한다. 최근 더욱 진화하고 있는 ‘무장애 공연’으로 만든 것도 뜻깊다. 관객은 안경처럼 쓰면 자막이 보이는 ‘스마트 안경’을 사용해 자막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수어 통역사 6명이 배우 9명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데, 단순히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이 아니라 극중 인물의 그림자 혹은 극의 일부가 되어 공연하는 형식이다.
여덟 살 때 총독부 관리였던 아버지를 따라 목포에 온 다우치 치즈코는 봉사하러 간 공생원에서 ‘거지대장’으로 통하던 개신교 전도사 윤치호(1909~1951)를 만나 결혼한 뒤 이름까지 윤학자로 바꾸고 함께 고아들을 돌봤다. 남편은 1951년 광주로 식량을 구하러 갔다가 실종(빨치산에 납치 추정)됐지만, 남편을 잃고도 윤학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일본인들은 멀리했고, 조선인들은 침을 뱉었다. 광복 후 빨치산과 북한군은 제국주의 기독교인이라고, 한국군은 부역자라고 그녀를 몰아세웠다. 사람들은 각자 입장에 따라 변절자, 기회주의자, 반동분자, 빨갱이라 부르며 핍박했지만, 여사는 그저 아이들을 먹여 살리고 지키려 했을 뿐이다. 그때마다 이름 없는 목포의 시민들이 앞을 막아서며 겨우겨우 죽음의 위기를 넘기는 이야기가 절절하다.
‘공생,원’은 시간을 넘나드는 연극적 장치를 통해 과거와 현재, 남편과 아내의 모습을 비춘다. 광복 후 폭력 사건을 일으킨 아이들을 용서해 달라고 무릎 꿇고 비는 윤 여사의 모습이 일제 때 후원을 부탁하며 무릎을 꿇는 남편의 모습과 겹쳐진다.
윤 여사의 이야기는 김수용 감독의 1995년 한일 합작 영화 ‘사랑의 묵시록’으로도 만들어졌지만 일본 문화 개방 전이어서 우리나라에선 개봉조차 못 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당시 일본 총리가 2000년 3월 매화나무 20그루를 공생원에 보내며 한일 화해의 한 상징이 됐다. 이 음악극에서 공생원의 아이들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앙상블 배우 6명은 모두 ‘매화’로 불린다. 이들이 부르는 6성부 아카펠라 노래도 신선한 시도다.
대본을 쓴 정준 작가는 “하루하루 남편의 부재(不在)를 살아내며 좀 더 충실하게, 더 굳세게 버텨낸 윤 여사의 날들이 벽돌처럼 쌓여 주변의 여러 생명을 살리는 울타리가 되고, 그 생명들이 또 다른 생명들을 살리는, 삶이란 그렇게 이어져 가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고 했다. 3만~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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