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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도,가발쓰고 군 검문소 10번 뚫어 탈출성공,미 F-18엄호

한문역사 2025. 12. 13. 10:51

마차도, 가발쓰고 軍 검문소 10번 뚫어… 美 F-18이 엄호

[마차도, 베네수엘라 탈출] 목숨 건 '노벨평화상 극비 작전'

입력 2025.12.12. 00:55업데이트 2025.12.1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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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맨 왼쪽)가 11일 새벽 노르웨이 오슬로에 도착한 직후 환하게 웃으며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베네수엘라를 극비리에 탈출해 험난한 여정 끝에 노르웨이에 입국한 마차도를 향해 지지자들은 스페인어로 ‘용감하다’는 뜻의 “발리엔테”를 외치며 환영했다. 지난해 1월 반정부 시위 이후 베네수엘라 당국의 구금 위협을 피해 은신해 온 그는 이날 11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베네수엘라 국가를 부르며 기쁨을 나눴다./AFP 연합뉴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베네수엘라 민주화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8)가 목숨을 건 여정 끝에 시상식이 열린 노르웨이 오슬로에 11일 도착하면서 국제 사회의 이목은 다시 한 번 ‘베네수엘라 사태’에 집중됐다. 마차도는 니콜라스 마두로 좌파 독재 정권의 공개적 신변 위협과 출국 금지령 속에서도 시상식 참석을 위해 미국의 협조를 받으며 극비리에 이동했고, 오슬로 도착 직후 BBC 인터뷰에서 “(자유로운 베네수엘라라는) 대의를 위해 내가 가장 필요한 곳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마차도는 이날 새벽 청바지에 패딩 점퍼 차림으로 오슬로 시내 한 호텔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공개 석상 등장은 지난 1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반(反)정부 시위 이후 11개월 만이다. 지지자들은 “자유” “대통령” 등의 구호를 연호했다. 마차도는 밖으로 나와 지지자들과 악수와 포옹을 나눈 뒤 베네수엘라 국가(國歌)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마차도는 이날 현지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 등의 도움을 받아 여기(오슬로)에 왔다”면서도 “목숨을 걸고 도와준 그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다”며 자세한 탈출 과정은 언급하지 않았다. 또 귀국하며 미국 등을 방문할 것인지에 대해선 “유익한 만남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을 흐렸다.

 
202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맨 왼쪽)가 11일 새벽 노르웨이 오슬로에 도착한 직후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베네수엘라를 극비리에 탈출해 험난한 여정 끝에 노르웨이에 입국한 마차도를 향해 지지자들은 스페인어로 ‘용감하다’는 뜻의 “발리엔테”를 외치며 환영했다./ AFP 연합뉴스

마두로 정권의 위협을 피해 베네수엘라 모처에 은신 중이었던 마차도의 탈출 과정은 첩보 영화를 방불케 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마차도는 지난 8일 가발을 쓰고 10개가 넘는 군 검문소를 통과한 뒤, 한 해안 어촌 마을에서 소형 목선을 타고 카리브해를 건너 네덜란드령 퀴라소로 이동했다. 이후 전용기에 탑승해 미국 동북부 메인주(州) 뱅거에 들른 후 오슬로로 향했다. 이 과정에는 약 두 달간 준비된 비밀 네트워크가 관여했고 미군은 F-18 전투기를 동원해 공중 엄호도 했다. 악천후와 일정 지연으로 노벨평화상 시상식 참석 자체는 무산됐지만, 요르겐 바트네 프뤼드네스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우리 모두에게 마차도 등장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의 딸 아나 코리나 소사 마차도가 지난 10일 어머니를 대신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전날 시상식에는 마차도의 딸 아나 코리나 소사 마차도(34)가 어머니를 대신해 무대에 올랐다. 아나는 유창한 영어로 마차도의 연설을 대독하며 “(억압된) 베네수엘라는 다시 숨을 쉴 것”이라고 했다. 연설 말미에 아나가 그간 마차도를 도운 수많은 ‘익명의 베네수엘라인’에게 감사를 전하며 “이들에게 오늘의 영광과 미래를 바친다”고 하자 청중은 기립박수를 보내며 연대를 표했다. 아나는 최근 국제 시상식에서 어머니의 대리 수상자로 자주 등장했다. 어렸을 때부터 해외에서 산 것으로 알려진 그는 현재 뉴욕에 기반을 둔 채 국제 사회에 베네수엘라 문제를 알리고 있다.

 

노벨위원회는 지난 10월 마차도를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발표하며 “짙어 가는 어둠 속에서도 민주주의의 불꽃을 꺼뜨리지 않는 여성”이라고 평가했다. 마차도는 좌파 대통령 우고 차베스와 그의 후계자 마두로로 이어진 30년 가까운 ‘차비스모(차베스주의)’ 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이끌어 온 인물이다. 그는 2002년 투표 감시 단체 ‘수마테’를 설립하며 정치에 뛰어들었고, 2011~2014년 국회의원을 지냈다. 2014년 마두로 정권에 항거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조직해 ‘베네수엘라판 철의 여인’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11일 노르웨이 오슬로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마차도는 지난해 야권 단일 대선 후보로 선출됐지만 마두로 정권이 장악한 대법원이 그의 피선거권을 15년간 박탈해 출마를 막았다. 미국을 비롯한 다수의 서방국이 부정선거로 지목한 이 대선에서 마두로는 자신이 3선(選)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철권 통치를 행사하고 있다. 마두로 정권은 마차도에게 범죄 모의·테러리즘 등 다수의 범죄 혐의가 있다며 체포 위협을 하고 있지만, 마차도는 망명 대신 베네수엘라에서 줄곧 은신 생활을 이어왔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앞서 마두로 정권은 마차도가 출국할 경우 ‘탈주범’으로 간주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상섭 국립외교원 교수는 “역설적으로 전 세계가 마두로 정권이 마차도의 시상식 참석을 막기 위해 벌인 일을 모두 알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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