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앞으로 金으로 축의를 하리라"
그런데 최근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다. 내 결혼식에 달러로 받은 축의금이 있었다.
그때는 신혼여행에서 곧바로 쓸 수 있게 달러를 넣어준 형의 ‘센스’에 감동했다.
문제는 그 사이에 환율이 미친 듯이 올랐다는 점이다. 받은 액수 그대로 돌려주는 게
관례라지만, 지금 환율을 적용하면 앞자리가 바뀐다. 어느 지자체에서 만든 황금 조형물이
세금 낭비라는 비난을 받다가, 금값 상승 덕분에 수백억 원짜리 보물이 됐다는 뉴스를 보면서
킬킬댔는데, 알고 보니 더 딱한 건 나였다.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는 저서 ‘증여론’에서 선물 교환이 단순한 물건의 이동이 아니라,
갚아야 할 의무를 동반하는 사회적 행위임을 설파했다. 그에 따르면 마오리족의 선물에는
증여자의 영혼인 ‘하우(Hau)’가 깃들어 있어, 이를 받은 사람은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답례를 해야만 영적인 균형이 맞게 된다. 즉, 축의금은 단순한 축하가 아니라,
언젠가 되갚아야 할 빚이자 사회적 결속을 다지는 호혜성의 징표다.
그러니까, 축의금은 내 사회적 영혼이 걸린 문제인 것이다.
고민 끝에 판단을 내렸다.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형이 섭섭하실 테니,
지금 환율을 기본으로 하고 적당히 사사오입까지 해서 넉넉히 더 넣었다.
식장에서 챙겨온 예쁜 생화를 보면서 아내와 아이가 활짝 웃는 걸 보니,
역시 잔치엔 계산기 두드리지 않고 기꺼이 다녀오는 게 남는 장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한 가지 다짐을 했다. 앞으로 이자를 두둑이 챙겨 받고 싶은 지인에게는
반드시 ‘금(金)’으로 축의를 하리라. 기쁜 일에 금으로 축의 하는 친구에게
누가 숨은 저의가 있는 걸 알겠나. 사회적 영혼을 건 ‘축의금 테크’의 맛 좀 봐라.
모든 건 겪어봐야 비로소 보이는 법이다.
'새 카테고리2'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만물상)지구 종말 85초 전 (1) | 2026.02.06 |
|---|---|
| 아버지가 독립을 외치던 땅.남겨진 동포가 보였다 (0) | 2026.02.06 |
| 층간소음 시 月 150만원? (1) | 2026.02.05 |
| 사람에게도 필요한 깜박이 (0) | 2026.02.05 |
| 서울에도 매화향 가득... (0) | 2026.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