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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대추茶처럼 (26-2-15. 20:07분 )

한문역사 2026. 2. 15. 20:08

귀가 빨개질 만큼 바람이 차다.

며칠 동안 따스한 기운으로 몸을 무장해제 시키더니

오늘은  매섭게 몰아친다.

창 너머에서 손짓하던 은행나무의 노란 잎들도  떨어져 버리고 

옷을 벗은 나뭇가지는 찬바람을 맞으며 외로움에 떨고 있다.

옷깃을 단단히 잡고 걸어도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바람은 

마음마저 얼어붙게 한다.

지난해 말려 둔 생강 조각을 꺼내고,쭈글쭈글 엄마 손 닮은 대추를 

깨끗이 씻어 냄비에 넣고 끓인다.물에 들어간 생강과 대추는 몸의 

형태를 흩뜨리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헤엄치지만 , 점점 뜨거워지는

온도를 견디지 못해 흐느적거리며 속에 들어있는 영양분을 뿜어낸다.

시간이 흐를수록 맑았던 물은 노랑에서 갈색이 되어간다.

달콤하고도 알싸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고 집안에는 따스함이 자리한다.

아껴 둔 흰색과 검은 색 컵을 꺼낸다.남편과 마주 앉아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생강대추차를 후후 불어가며 마신다.  한 모금은 입안과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며

차가운 몸에 불을 지핀다.두어 모금씩 들어가면서부터 오장육부는 노글노글,

눈은 나릇함에 못 이긴 봄날 병아리처럼 게슴츠레하다.

매사 계획적이고 분명한 것을 좋아하며 원리 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나는

생강처럼 톡 쏘는 부분이 많은 성격이다. 부드럽게 에둘러 말하기보다는 

단도직입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이 많다  보니 냉정하게 보일 때도 있다.

남편은 좋은게 좋은 거라며 어지간한 일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투박한 외모와는 달리 잔정이 많고 우스갯소리도 곧잘 해서 딱딱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준다. 늘 성격 한편에 여백을 두고 살아가니 사람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달큰한 대추같은 남자다.   이런 두 사람이 어울려 생강대추차처럼 

30여  년을  살아오고 잇다.가끔은 서로 자기만의 맛을 내려고 다투기도 하지만 

두 가지 맛은 어우러지고 품어져야만 몸에 좋은 보약이 된다.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고 단잠에 든 남편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머리카락이 조금씩 빠져 정수리가 훤해지고 주름 잡힌 얼굴이 낯설다.

세월의 흔적인 걸 알면서도 마음이 애틋해 거친 손을 살며시 잡아본다.

다가오는 2월 10일은 결혼기념일이다.

앞으로 걸어가야 할 인생길도 생강 맛과 대추 맛을 조화롭고 진하게 우려내서

멋진 보약같은 삶을 살리라 다짐해 본다.

-희망 달서 2026년 2월호에서 월성동 신미숙님의 글을 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