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筆香萬里

한문역사 2026. 2. 27. 07:50

김병기의 ‘필향만리’
相逢好似初相識, 到老終無怨恨心(상봉호사초상식, 도로종무원한심)
중앙일보
입력 2026.02.26 00:06
“병가어소유(病加於少癒, 加:더할 가, 癒:병 나을 유)”라는 말이 있다.

“병은 조금 나은 데에서 더 한다”는 뜻이다.

병이 나을 만할 때 마음이 해이해져 부주의하다가 오히려 병이 도지는 경우를 경계하는 말이다.

어쩌다 높은 나무에 올랐을 때도 마찬가지다. 높이 올랐을 때 조심하던 그 마음을

끝까지 가져야 하는데, 거의 다 내려왔다 싶으면 방심해 폴짝 뛰어내리다가 다치곤 한다.

사람을 사귀는 일도 다르지 않다.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만 한 사이가 되면

마음이 편한 나머지 말과 행동을 함부로해 상대에게 마음의 상처를 안겨주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친한 사이일수록 공경(恭敬)하는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

‘공경’의 공(恭)은 상대를 받드는 태도를 표현한 글자이고,

경(敬)은 주일무적(主一無適) 즉 ‘하나에 집중해 딴 마음을 갖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이는 글자다.

친할수록 공과 경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好似:마치~인 듯이, 識:알 식, 怨:원망 원. 

만날 때마다 마치 처음 안 사이처럼 대하면 늙도록 끝내 원한이 없으리라. 35x69㎝.

웬만한 비라면 비 온 후에 땅이 굳어져 좋기도 하지만, 

큰비는 굳기 전에 이미 홍수로 터져서 모든 것을 쓸어가는 경우가 많다. 

비 온 뒤엔 땅이 더욱 굳어지리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홍수를 겁내지 않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게 다 홍수에 쓸려버린 후에 땅이 굳은들 무슨 소용이겠나.

 ‘격의 없음’과 ‘예의 없음’을 혼동하지 말자. 

단 한 번의 예의 없음이 수십 년 가꾼 격의 없음을 홍수로 쓸어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100세 시대다. 가장 친해야 할 평생 친구인 아내와 남편부터 늘 처음처럼 대해 보자. 

서먹하게 대하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가슴에서 솟는 사랑이 그윽이 바라보는 눈을 통해 뚝뚝 떨어져 내리면서도

 항상 처음처럼 예의를 갖추자는 뜻이다. 

사랑과 우정은 그윽이 익어가는 것이지 촐싹대는 생색이 아니다. 

서먹함이 아닌 그윽함으로 행복한 100세를 맞자.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7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