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수의 뉴스터치] 봄동
봄동 비빔밥이 큰 인기다. 지난 1월 중순쯤 소셜미디어에 관련 콘텐트가 처음 등장했다.
유명 셰프들의 레시피 영상이 유행을 풀무질했다. 18년 전 예능 ‘1박 2일’에서
강호동이 “고기보다 맛있다”며 한 양푼 먹어치우는 동영상까지 소환됐다.
국제 정세는 한 치 앞이 안 보이고 주식시장은 널뛰는 가운데에도
봄동 비빔밥만큼은 꿋꿋하게 뉴스와 동영상 사이트를 도배한다.
봄동은 노지에서 겨울을 보내 속이 들지 못한 배추다.
더 눈길이 가는 건 발음이다. 봄똥. 식재료에 똥이라니.
말의 음률에 예민한 시인이 놓칠 리 없다.
‘…봄똥, 봄똥, 발음하다가 보면/
입술도 동그랗게 만들어주는/
봄똥, 텃밭에 나가 잔설 헤치고/
(…) /봄똥, 입 안에 달싸하게 푸른 물이 고이는/
봄똥, (…) ’
시인 안도현의 2001년 시집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에 나오는 시다.
제목마저 ‘봄동’이 아니라 ‘봄똥’이다. (마지막 연은 차마 못 옮기겠다. 찾아보시기를.)

봄동은 배추의 일종이다. 배추가 속한 십자화과 배추속 식물은
고대 지중해권에서 유래해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전래했다.
한자로는 백채(白菜), 숭(菘)이라 쓴다.
특히 숭은 겨울에도 소나무(松)처럼 푸른 풀(艸)이라는 뜻이다.
그 뜻을 새긴다면 11월에서 이듬해 3월이 제철인 봄동이 제격이다.
요즘은 온실 덕분에 사시사철 모든 채소를 먹을 수 있다.
그래도 이맘때 봄동에 열광하는 건 특유의 단맛 때문이다.
사실 그 단맛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기온이 낮으면 세포는 함유한 수분이 얼어 파괴된다.
이를 막기 위해 전분을 당으로 바꿔 어는점을 낮춘다.
적응이 선호를 불렀다. 생존의 역설이다.
큰 인기에 봄동은 가격이 치솟고 품귀라 한다.
어쩔 수 없다. 80여 년 전 시인 김영랑도 이렇게 말했을 정도니까.
“미나리 봄동이 정초부터 밥상에 오르는데
봄동이 더러 전동혹한(한겨울 혹독한 추위)으로
실수(失收·흉작)될 수 잇스나 유자대가 퍼러케 사는 동안
언제고 우리의 진미가 아닐 수 없다.”
1940년 2월 시인이 한 신문에 기고한 ‘남방춘신(南方春信)’의 마지막 구절이다.
장혜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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