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의 ‘필향만리’] 讀書須用意, 一字値千金(독서수용의 일자치천금)

‘쓸 용(用)’과 ‘뜻 의(意)’를 쓰는 ‘용의(用意)’는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뜻을 사용함’이다. 그러므로 용의에는 당연히 뜻에 상응하는 동기·의도·목적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에 국어사전은 용의를 “어떤 일을 하려고 마음을 먹음. 또는 그 마음”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독서수용의’ 句는 ‘독서는 반드시 동기·의도·목적을 갖고 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현 대학교 1학년 학생에게 한문 ‘讀書須用意’ 구를 풀어주기 위해 필자는 위와 같은 긴 설명을 했다. 학생이 용의라는 단어의 뜻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설명이 길어진 것이다. 요즈음 학생들의 문해력 부족 현상을 다시 한번 실감하며 기본적인 한자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성악설로 유명한 순자(荀子)는 배움을 위인지학(爲人之學)과 위기지학(爲己之學), 두 종류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얼핏 듣기에는 ‘다른 사람을 위한 배움’으로 번역되는 위인지학이 좋은 의미로 들리지만, 실은 위인지학은 남의 눈에 잘 보이기 위한 거짓 배움이라는 의미이다. 위기지학이야말로 자기를 위한 배움 즉 자신의 성장을 꾀하는 진정한 배움이다.
독서는 가장 좋은 배움의 길이다. 그러므로 독서의 용의는 위기지학에 두어야 한다. 위기지학에 뜻을 두면 한 글자가 천금 만금의 값어치임을 느낄 수 있다. 짧은 한 문장으로도 삶의 의미를 깨닫고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검색이 독서역할을 하는 시대이다. 검색을 통해 남을 이기기 위한 경쟁의 도구나 위인지학의 허세만 얻으려 말고, 위기지학의 의미를 찾아 심신을 연마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 위기지학을 통해 천근 만금 값의 한 글자, 한 구절을 얻는다면 이보다 값진 소득이 또 있겠는가! 남 앞에 나를 있어 보이도록 꾸미는 독서는 허무한 시간 낭비일 뿐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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