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1만991명’의 의미는?

'1만991명.'
이는 현재 대구시 중구 삼덕교회(공평로22) 60주년기념관 2층 121.83㎡(약 37평) 규모에 들어선 대구형무소역사관이 지난해 2월27일 문을 연 뒤 1년만인 올 2월28일까지 다녀간 사람들의 집계이다. 하루 평균 30명이 찾은 꼴이다. 일요일(52일간)에는 문을 닫았으니 대구형무소역사관에는 1일 평균 35명쯤 방문한 셈이다.
단종 비애를 다룬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2월4일) 31일째(3월6일)에 관객 1천만 명 기록을 세우며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요즘은 웬만한 숫자가 아니면 시선을 잡을 수 없다. 한 편 영화가 '불과 한 달만에 훌쩍 관객 1천만 명 돌파했다'라는 소식에 비해, '무려 1년 동안 방문객이 1만명 넘어섰노라'라는 이야기가 무슨 대수이겠는가. 게다가 왕사남 영화는 꽤 비싼 돈을 내고 본다. 하지만 대구형무소역사관은 무료인데도 겨우 1만 명을 넘었으니 초라한 숫자일 수 있다.
'천만(千萬), 억(億), 조(兆)' 단위에 익숙한 요즘의 세태인지라 '1만'의 숫자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선지 1만 명 관객이 찾은 대구형무소역사관의 개관 1주년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도 민망할 수 있다. 세간의 무관심은 그럴 만하다. 4억원 세금으로 대구형무소역사관을 열었던 대구 중구청도 답답할 것이다. 이해된다.
그러나 필자 생각은 다르다. 1만명 숫자는 의미가 있다. 대구형무소역사관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겠다며 독립운동이란 '옳고 의(義)로운 일'을 한, '죄(罪) 아닌 죄로 벌(罰)을 받은' 한국인이 갇혔던 옛 대구감옥(형무소) 자리에 마련된 공간이다. 이곳에서 옥고를 치른 서훈 독립운동가 2천386명(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자료) 가운데 사형, 단식, 자결, 고문 등으로 삶을 마친 순국 독립운동가만 216명이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달리 대구형무소역사관에는 옛 건물, 숱한 한국인의 순국 현장인 사형장 시설도 없다. 독립운동가를 고문했던 도구, 매질로 한국인의 신체를 망치고 공포에 떨게 한 태형(笞刑)의 형틀, 한국인 얼굴을 가렸던 용수, 쇠사슬 같은 형구(刑具), 한 줄기 빛조차 막힌 감방(監房)도 한 칸 없다. 다만 보고 느낄 수 있는 당시 벽돌 몇 장, 순국(수감) 독립운동가 사진, 초상화, 기사, 판결문, 영상 등 뿐이다.
외국인 2만5천명 등 연간 관람객이 평균 44만 명(2019년에는 100만 명 돌파)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비해 대구형무소역사관은 역사관 역사, 보존 시설과 유물, 예산, 조직, 인력 등 모든 게 하늘과 땅 차이만큼 열악하다. 그렇지만 대구형무소역사관 방문 1만 명에는 전국 곳곳의 한국인 외에 미국, 일본 등 외국인도 섞여 있다. 이곳 상주 전문 해설사(5명)에 따르면, 관람객은 남녀노소는 물론, 유아부터 초·중·고·대학생의 미래세대 발길도 적지 않았고 긍정적 반응도 많았다고 한다.
대구의 감옥은 한때 1601년 조성된 경상감영이 있는 대구읍성의 한쪽 변두리에 있었다. 이후 감영 중심부인 선화당 옆으로 옮겨졌다. 이어 1910년 4월 삼덕동 대구형무소(현재 삼덕교회 자리)로 이전되었고 1971년 경북 달성군 화원에 자리잡았다. 이 과정에서 옛날 흔적은 모두 사라졌다. 순국(수감) 독립운동가 역사 또한 묻혔고 잊혀졌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1만 명 넘는 방문객이 뒤늦었지만 대구형무소역사관을 찾고 지난 암흑의 슬픈 역사를 알게 되었다. 그들은 저마다 일기, 수첩, 블로그 등을 통해 소회와 소감, 아쉬움과 문제점, 부족함과 모자람 등에 대한 견문록(見聞錄)을 남기고 전파할 것이다. 이제 할 일은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이들의 애정이 식기 전에 지적과 조언에 감사하며, 출발 때처럼 비좁지만 대구형무소역사관의 공간을 꽉 채우고 더하는 노력에 머리를 맞대자.
정인열 광복회 대구시지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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