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태의 신노인 산책] 노년의 읽기 취미
- 입력 2026.03.24 09:31김상태 신노인운동 활동가

지하철에서 신문을 읽는 청년을 보고 신선함을 느꼈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요새도 신문을 보느냐”라는 말은 생소한 소리가 아니다. 신문 가판대도 거의 사라졌다. 신문 보는 사람은 늙은이로 취급되기도 한다.
책도 그렇다. 온갖 편리하고 손쉬운 매체가 많은데, 책을 읽을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까지 있다. 신문도 책도 구시대의 유물 취급을 당하는 세태다. 문명사의 한 획을 그었던 종이의 시대가 가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전자신문이나 전자책이 많이 읽히는 것도 아니다. 편리함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힘들고 눈이 아픈 읽기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발표된 어느 통계는 1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는 성인이 전체의 61.5%에 이른다고 밝혔다. 취업이나 직업상 전문서적을 읽은 사람을 빼면 교양으로서의 독서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나는 많이 읽은 축에 끼이지도 못하는 수준의 책을 읽었다. 그래도 『삼국지연의』나 조정래의 『태백산맥』같은 대하소설을 읽으며 맛본 그 감동을 잊지 못한다. 주인공의 이름들을 수십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기억한다. 영화관이나 TV에서 본 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기억에 각인되어 있다.
독서의 성취감을 만끽한 또 다른 기억도 있다. 수십 년 전 IMF 구제금융 사태로 직장을 잃었을 때의 일이다. 새 출발을 다짐하는 마음으로 먼저 100권의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출근하는 심정으로 도서관에 몇 개월을 열심히 다녔다. 도서관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면서 종일 읽었다. 중요한 내용은 독서노트에 따로 옮겨 적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100권을 다 읽었을 때 느꼈던 그 뿌듯함을 다른 사람은 모를 것 같았다.
직장에 다닐 때는 이런저런 일로 차분히 책을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한풀이를 한 셈이다. 내가 젊었을 때는 자기소개서의 취미란에 '독서'라고 썼다가 무안을 당한 적도 있다. 독서는 누구나 하는 것인데, 독서가 무슨 취미가 되느냐는 것이 이유였다. 그런데 지금은 독서를 취미로 하는 사람이 매우 드물어졌으니, 세월의 무상함을 실감한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등장하는 유튜브에서 배울 수 있고, 요약해 주고 써주는 Al 비서가 언제나 대기해 주는 세월이다. 늙은이의 푸념이라고 탓할지 모르겠지만, 그렇더라도 종이로 읽고 느끼는 그 오묘한 맛을 대체할 수단은 없다는 생각이다.
젊은 부모들은 초등학교와 도서관 가까이 있는 집을 선호한다. 늙은이들은 노인복지관이 가까운 집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노년에는 노인복지관 못잖게 도서관 가까운 집이 좋은 조건이다. 냉난방이 되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복지시설이 도서관이기 때문이다. 무료로 실컷 책과 신문을 읽고, 강연을 듣고,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고마운 공간이다.
노년의 재미들 가운데,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끼는 그 뿌듯한 기분이 아마도 가장 위쪽에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싶다. 늙어서도 읽는 취미를 유지한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이다.
김상태 신노인운동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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