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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324)봉선화

한문역사 2026. 4. 16. 18:18

시조가 있는 아침
(324) 봉선화
중앙일보
입력 2026.04.16 00:02


유자효 시인

봉선화
김상옥(1920 ~ 2004)

비 오자 장독대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 들이던 그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주던
하얀 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지금은 꿈속에 본 듯 힘줄만이 서노나
- 한국현대시조대사전

아! 초정
2004년의 어느 날, 나는 초정 김상옥 선생께서 편찮으시단 말을 듣고 자택으로 찾아뵈었다. 병문안 자리에서 내가 ‘봉선화’를 읊으니 선생께서는 “어떻게 그것을…”하며 감격해 하셨다. 이 시조는 1939년, 가람 이병기 선생이 ‘문장’에 추천한 작품이다. 그때 초정의 나이 스무 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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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정 선생은 1968년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나의 시조 ‘산사’를 당선시키셨다. 그리고는 1997년 내게 현대시조문학상을 주셨으니 내가 최초로 받은 문학상이었다.

2004년, 간병하던 부인께서 먼저 세상을 뜨시자 곡기를 끊은 선생은 부인의 삼우날 묘소를 둘러보고는 따라가셨다. 내가 본 최상의 부부애였다.

유자효 시인